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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모략·무고 등의 사회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상·모략·무고·명예훼손 등 음해풍조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고질의 하나였다. 어느 나라 역사 치고 남을 모략·중상하는 음해의 사례가 없기야 하랴마는 우리 역사에선 궁정으로부터 서민의 집안싸움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음해에 얽힌 비화가 많았다.
이런 사례를 민족성의 탓으로 몰아붙이는 행위는 물론 우리 민족을 사실 이상으로 욕되게 하려는 악의라고 치자. 그러나 그러한 악의가 가탁할 수 있는 삽화를. 수 없이 제공해 왔다는 점은 우리가 자괴하고 반성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최근에도 검찰이 밝힌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몇 년간에 조사된 고소사건 중 약 30%가 무혐의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정식으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고소가 된 경우뿐이고, 당국에 들어온 이런 저런 투고까지 치면 허무맹랑한 무고의 비율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흔히 이러한 음해행위를 범하는 자들은 염치없게도 고발정신이란 명분을 빌리려 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발정신이 사회에서 불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불의추방 의지에 바탕을 둔 반면, 무고는 남을 비방하고 해치려는 특성을 지녔다는데서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고발정신은 사회전체의 도덕성 제고에 뜻을 둔 것이기 때문에 투철한 책임감이 수반되어야한다. 아무리 스스로는 고발정신에 입각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사실과 다른 것을 무책임하게 들고나섰다면 이미 이는 고발정신의 발로일 수가 없다. 하물며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의식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야말로 고발정신의 고발 대상이 될 불의이며 사회악일 뿐이다.
그러기에 음해풍조가 팽배할 때 국가·사회에 미치는 폐단은 심각하다. 우선 그것은 사회의 균열을 부채질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너와 나를 넘는 사회라든가 민족이라든가 또는 국가 같은 더 큰 대의를 도외시하고 너와 나의 상극상만이 강조되면 분열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사회의 응집력을 해치고 불신감을 크게 할 위험이 있다. 그러한 불신 풍토 속에서 어찌 민족적 결속이나 근자에 특히 강조되고 있는 국민총화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음해풍조는 또 사회의 가치 기준을 흐리게 하는 요소다. 노력해서 무엇을 이루려하기 보다는 잘 된 남을 헐뜯어 득을 보는 편이 쉽다는 폐풍을 조장, 결국 합리적 목표를 상실한 쓸모없는 인간을 양산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모두에게 인적 물적 낭비를 필연적으로 강요할 것이다. 중상·모략이 성행하는 곳에 인재가 견뎌나기 어려울 것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이 같은 직접 손실 외에 이를 조사하기 위해 동원되는 인적·물적인 행정력의 낭비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 뜻에서 검찰이 새삼 중상·모략·무고·명예훼손 등 각종·방해행위를 엄단키로 한 것은 우리사회의 음해풍조가 여전히 대단하여 이를 특별히 문제 삼아야 할 상황이 조성돼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음해풍조가 이토록 성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음해를 별로 크게 죄악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수사기관에서 조차 범죄수사를 투서에 의존하고 사실과 다르더라도 남의 나쁜 얘기를 고해바치면 솔깃해 하는 상사도 문제였다.
음해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너그러움은 이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 음해가 사회를 병들게 하는 해악이 분명한 이상 철저한 처벌과 제재로써 우리사회를 음해의 병으로부터 방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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