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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그림 갈수록 인기, 영 화가 베이컨 기고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악몽처럼 「그로테스크」하고 잔혹한 그림들이 「파리」의 「클로·베르나르」화랑에 전시 돼 「유럽」 미술계에 경악과 흥분을 던져주고 있다. 6주 동안 계속 될 이 전시회의 화가는 영국 출신의 「포프·아티스트」로 혹평과 추종을 함께 받고있는 「프랜시스·베이컨」(68세).
그의 그림은 생존해 있는 화가의 것 중 가장 값비싼 것으로 1953년 불과 85「달러」에 팔렸던 것이 지금은 17만「달러」를 홋가하고 있고 또 이번 전시회에는 50만「달러」나 하는 작품도 전시되고 있으며 2년 전에 열렸던 「뉴요크·메트러폴리턴」미술관의 전시회에는 20만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몰리는 등 그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있다.
2차 대전 때 얻은 생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시각 관계를 대담하게 적용, 소름끼치는 상상력과 표현법을 통해 인간 경험에 대한 냉혹한 해석을 작품화하면서 그의 고유한 「레알리슴」을 추구해오고 있는 작가다.
그가 즐겨 다루는 「데마」는 핵폭발 순간에 포착된 듯한 사람의 얼굴, 몸둥이에서 분리 된 입, 절규속에 드러난 이(치), 피하주사기로 간이 침대에 못박혀 있는 뒤틀린 맨 몸뚱이, 성좌에 포박된 채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는 교황 등 철저한 소외와 충격적 분위기를 주는 것들이다.
이번 전시 작품 중 처음으로 공개되는 37점의 주요작품이 포함돼 있는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죽은 친구의 초상을 그린 『3부작』과 『3명의 인물과 초상』이다. 『3명의…』에는 두 손이 등위로 묶여 있으며 목은 비틀려 있고 척추뼈는 완전히 살 바깥으로 벗겨져 나와있는 고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인간을 하나의 무의미한 우연으로, 쓸모없는 존재로 보며 어떠한 미술 이론에도 개의치 않는 이 미술의 배교자 「베이컨」은 그의 소름끼치는 주제 선택에 가해지는 비평가의 공격에 이렇게 응수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사물들을 가능한 한 직접적으로, 가능한 한 가공하지 않고 건네주고자 해왔다. 어떤 사물이 직접 건너오게 되면 사람들은 그걸 소름끼친다고 느낄 것이다. 사람들이란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하는 것에 감정이 상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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