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잦은 수도관 동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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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을 많이 쓰는 여름철도 아닌 한겨울에 수백만 인구를 가진 현대도시가 식수난과 물소동에 허덕인다면 이는 확실히 범상한 일은 아니다.
20일째 계속되는 한파 앞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의 상하도가 잦은 동파 사태를 빚는 통에 시민들은 혹한에 겹친 골탕을 먹고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울시의 경우, 14일 현재 자그마치2천9백45곳에서 누수로 송배수관이 얼어 터져 대로 곳곳이 빙판으로 얼룩지고 1만2천2백44건의 급수관 및 양수기 동파사고로 시민들의 화제와 관심은 주로 이에 쏠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12월30일에는 하룻 동안에 가정용수도관과 양수기 동파사고가 1천여건을 넘어 수도행정사상 최고의 동파사고 기록율 세우기까지 했는데도 서울시수도당국은 이렇다할 대책없이 두 손을 들고 주저앉아 버렸다.
『복구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한파가 누그러지기만 기다리는 처지』라고만 하고 있으니 수도당국의 동파신고 전화(각국)3000번으로 사고신고 요망이라는 안내도 아무런 뜻이 없는 것이 되고만 셈이다.
한파 앞에 여지없이 허점을 드러낸 수도행정을 탓하기에 지친 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한번에 1만5천원까지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요구하는 사설시공업자들의 횡포를 감수할 도리밖에 없다.
열흘째 수도물이 나오지 않는 어떤 지역의 1천여주민들은 빙판진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2백∼3백m나 떨어진 이웃마을에까지 원정걸수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30여차례나 구청에 가서 진정했는데도 신통한 반응이 없었다니 한심할 뿐이다. 수용가에 대한「서비스」개선에 좀더 성의를 보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급수료가 체납이, 되면 즉각 독촉장을 내고 독촉주기가 지나면 곧잘 정수처분을 내리면서 시민들의 급수 진정엔 이토록 무성의한데서야 어찌 용인될 수 있겠는가.
당국으로서는 당면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낡은 송배관과 급수관의 정비를 위해 긴급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이번 송배수관 및 급수관의 동파사고도 90% 이상이 30년 이상된 노후관에서 누수동파됐다는 사실이 이러한 정비대책의 긴급성을 말해주고 있다.
서울의 경우, 놀랍게도 송배수관 2천13km중 35년 이상된 낡아빠진 것이 8%인 1백62km나 되며, 급수관의 경우도 총8천7백13km가운데 4·4%인 3백85km가 15년이 넘는 노후관으로 밝혀졌는데도 이의 개량사업은 지지부진이다.
이처럼 낡은 배관 때문에 누수율이 26·5%에 달하고 있을뿐더러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2, 3일만 계속되어도 누수부분에서 거의 어김없이 수도관이 얼어터지는 것이다.
서울시당국은 72년을 기준년도로한 노후관개량 10개년 장기계획을 수립, 81년까진 완전 대체하겠다고 하나 좀더 과감한 집중투자가 아쉽다.
그리고 지하협전구문(9·7km)중 변전소가 위치한 종로5가·시청앞·제기동지역에대해 배·급수관의 전기부식에 의한 누수방지대책에도 철저를 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수도업자들의 부실공사도 철저히 지도·감독해야함은 물론이다. 공사때 수도관을 땅속2, 3m깊이로 묻어야하고 또「스틸로폴」등단열재· 보온재를 사용, 공사때부터 동파사고 예방대책을 세워야·한다.
끝으로 가정에서도 각기 급수전 계량기· 수세장치등의 보온조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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