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멘 포드의 마지막 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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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드」미국대통령이 l2일 저녁 상·하 합동회의에서 그의 3번째이자 마지막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위해 합동회의장에 들어서자 상·하 양원의원들과 각료들, 외교사절들, 그리고 「포드」가족들은 환성까지 지르면서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박수가 길어지자 사회를 맡은 「오닐」하원의장은 사회봉을 두드렸으나 박수는 2분간이나 계속됐다.
50분 동안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포드」는 26차례나 박수를 받아 그때마다 연설을 중단하곤 했다. 그것은 지난날의 의회의 동료들이 현직대통령으로 재선을 위한 선거에서 낙선한「포드」의 상처 입은 심정을 위로하는 「제스처」였다.
「포드」는 서두에 『이 연설이 아마도 본인의 마지막 보고일 것…』이라고 농담을 해 분위기를 명랑하게 이끌려고 했으나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는 지나칠 만큼 솔직한 비판과 감상적인 회고를 서슴지 않았다.
그가 『의회가 군 최고사령관 노릇을 하려하지 말라』면서 『국제적인 위기의 처리는 「카터」시대부터 대통령에게 맡기라』고 충고한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감시하는 의회의 지나친 간섭과 열의가 행정부를 방해하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었다. 「포드」는 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80년에 다시 백악관에 도전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다. 지난 몇년동안 나는 「예스」냐 「노」냐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그저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닉슨」행정부의 유산 때문에 개인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솔직하게 실토하기도 했다.
「포드」는 『이 연설은 정말 끝내기가 힘들다』고 한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마침내 자제를 잃고 목이 잠겼다. 그는 온갖 감회에 젖은 듯 28년전 그와 함께 처음으로 의사당에 발을 디딘 후 가까이 지내왔던 동료의원들의 이름을 열거하고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조용히 연설을 끝냈다.
그의 고별연설을 들은 옛 동료들은 대부분 감동을 받았다고 했으며 「골드워터」같은 이는 『그가 선거기간 중에 이 같은 멋진 연설을 했더라면 승리했을 것』이라면서 아쉬워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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