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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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개가 사람을 물어도 대단한 「뉴스」는 못된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물면 기막힌 「뉴스」감이 된다』-. 미국 언론계의 원로라는 「찰즈·디너」의 말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 서울의 주택가에서 어린이를 물어죽인다는 개 얘기는 「빅·뉴스」가 되었다. 그것도 충격적이며 서글픈 「뉴스」다.
문제의 살인견은 이미 몇 차례나 이웃 사람들 물어뜯고 동네 개들을 물어 죽인 전과가 많은 광포한 토좌견이다.
이웃 주민들도 여러 번 경찰에 진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개 주인이다. 토좌견은 일본의 토좌내종에 「불독」·「센트·버너드」 등이 혼혈돼서 생긴 개다.
세계의 축견통제기관인 「케넬·클럽」의 분류법에 마르면 개는 조렵견, 수렵견(하운드), 「테리아」, 사역견, 애완견, 그리고 비렵련으로 분류된다.
토좌대은 비렵견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번견 투견구실 밖에는 하지 못한다. 어린이를 물어 죽인 토좌견도 체고 65㎝, 체중 37.5㎏의 짐승이었다.
이런 개를 왜 길러왔을까. 같은 일본 개라도 추전견과는 달리 토좌견은 몸시 성격이 광폭하여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도 않는다.
그런 개를 경찰에서 사살하려하자 주인은 차라리 자기를 죽여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역시 인정이란 짐승 따위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도 크다는 얘기일까. 이번에 사고를 낸 토좌견은 지난 가을의 투견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주인집은 꼭 80만원이 넘는 개를 번견으로 써야 할만큼 부유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순전한 투견용이다.
그런 개를 쇠줄로 묶어 놓지도 않고, 훈련도 시키지 않고 광견병 주사도 맞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 투견을 왜 비좁은 주택지구 안에서, 그것도 마당이 넉넉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키우려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내에만드 이번 토좌견과 같은 맹견이 1만마리가 넘는다한다. 그 중의 몇 마리가 훈련을 제대로 받고 제대로 묶여있을까. 겁부터 난다.
해마다 미국의 우편 배달부들이 개에 물리는 사고는 3천건에 이른다고 한다. 언젠가는 개의횡포(?)에 항의하는 우편배달부들의 「데모」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우편배달 아저씨를 무는 개들은 모두 작은 애완용들이다. 그러니 별로 위험하지는 않다.
맹견은 본래가 주택가에서는 기르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위험물은 피하는 것보다 위험물자체를 없애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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