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한 수형 미에 공기정화 기능으뜸|안성맞춤 가로수…다목적 은행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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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은행나무는 수형이 풍치 있고 수려하며 특히 가을에 드는 황금빛 단풍이 아름 다와 공원이나 정원조경에 좋은 수종일 뿐 아니라 공해에도 강해 가로수로서는 최 적수. 이 때문에 서울시는 가로수를 모두 은행나무로 대체 시켜 가고 있다.
서울 시내에 가로수로 식재 되어 있는 은행나무는 현재 1만1천 3백50그루. 광화문거리와 효자동일대의 50∼60년 생 은행나무는 장중하고 풍치가 일품으로 가로가 바로 도시공원이 되고 있다.
은행나무는 혼탁한 도시조건에 잘 견디며 화재에도 강해 방화수의 구실까지 한다.
일본동경 화재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은 좌 거리의 은행나무뿐이었다.

<이식 쉽고 잘 자라>
또 수명이 은행나무 이상 가는 것이 없다.
수명이 길어 장구한 앞날을 내다보는 천년대계의 나무로 첫손가락을 꼽는다. 1천1백년 전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세자 창의대자가 심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1천년이 넘는 지금까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늘 은행나무를 심어 1백년 후 아니 5백∼6백년 후 은행나무로 뒤덮인 전국도시를 상상해 보면 은행나무 가로수가 더욱 절실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각국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독창적 가로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동경과「후꾸오까」「요하마」등은 은행나무 도시로 불리고 있고「파리」는 「마로니에」, 독일「베를린」은 보리수, 미국「워싱턴」은 느릅나무가 각기 그 도시의 상징적 나무로 되고 있다.

<5백만 그루 양 묘>
이들 외국도시와 같이 은행나무는 한국의 도시 미를 상징하는 가로수로 손색이 없다.
전국 어디서나 심을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하며 이식이 쉽다는 것이 은행나무의 또 하나의 장점이며 게다가 그 동안 풍부히 육묘 되어 공급량도 부족함이 없다.
현재 육묘 되어 있는 은행나무 묘목은 전국적으로 4백만∼5백만 그루에 이르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3∼4년 후면 가로수로 이용될 수 있다. .
더욱이 은행나무는 암나무도 조기수확 하거나 전 정하면 가로수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값도 비싸지 않아 산림청이 권장하고 있는 직경 4∼6cm짜리 은행나무묘목은 그루 당 2천원 안팎.

<그루 당 2천원 선>
따라서 앞으로 전국에 심어야 할 가로수 묘목 3백82만 그루를 모두 은행나무로 식재할 경우 소요경비는 80억원.
이를 8개 도로 나누면 1개 도당 10억 원 꼴이며 5개년 계획으로 식재를 추진한다면 1개도 에서 연간 2억원을 투입하면 전국도시와 가로가 푸른 가로수로 뒤덮이게 된다.
산림청이 75년 가로수로 전국에 공급한 은행나무 묘목은 6천1백 그루. 76년에는 8천 그루를 공급했지만 전국적으로 묘목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로가 확대, 추가수요가 발생해도 공급 면에서는 아무런 애로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호국 수, 희망을 상징>
이 같은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다는 것은 자손에게 푸른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일명 호국수라고도 한다.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소리를 냈다는 얘기다.
고종황제가 승하했을 때는 큰 가지 하나가 떨어졌고 8·15해방 직후에는 두달 동안 밤마다「윙윙」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6·25때는 50일간, 4·19와 5·16때도 이 나무는 밤마다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다는 것은 바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심는 것」이며 그 수령과 함께「천년대계」를 새우는 것을 의미한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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