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사고 복을 나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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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36·가명)씨는 자활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지급받는 조건부수급자다. 남편과 사별한 심씨는 정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문화 바우처(voucher)다. 바우처는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주택·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 구매 비용을 직접적으로 보조해 주기 위해 지불을 보증하는 전표다.  

심씨는 2년 전 연간 5만원 한도의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았다. 8세인 딸과 공연·전시·영화·도서·음반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했다.

지난 1월 문화누리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들른 심씨는 문득 문화누리카드 예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다.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심씨, 이제 매주 복권을 산다. 그는 “문화누리카드 덕분에 딸아이에게 다양한 문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 항상 고마운 마음이었다”면서 “어느 날 다가온 불행에 막막했지만, 정부의 복지 서비스로 인해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 복권을 사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일주일 동안 행운을 기대하게 되는데, 내가 산 행운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니 일석이조”라고 웃으며 말했다.

 심씨처럼 복권 판매로 인한 수익이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알고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복권 구입자 가운데 78.9%는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가구 소득 300만원 미만인 복권 구입자는 21.1%다. 전체 복권 구입자 중 소득이 월평균 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비율은 해마다 증가했다. 2008년 19.5%이던 고소득자 복권 구입비율이 2013년에 44.1%로 늘었다.

복권위원회는 고소득 계층의 복권 구입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복권이 국민 사이에서 건전한 오락과 나눔 문화로 정착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설명했다.

◆복권위원회=복권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복권수익금 사용의 효율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4년 4월 1일 설립됐다. 출범 당시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로 출발했으나 2008년부터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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