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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닮은 레이싱카 속 뜯어보니 ‘표리부동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자동차 메이커들이 왜 레이스에 출전할까? 간단히 말하면 자사 제품의 성능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다. 소비자들은 트랙을 달리는 화려한 경주차에서 자신 소유의 차와 공통분모를 찾는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런 심리를 마케팅과 세일즈에 교묘히 활용한다. 이제는 옛말이 됐지만 “주말 레이스에서의 성적이 월요일 차량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 마케팅과 레이스는 밀접한 관계다.

 20일 강원도 태백 레이스 파크에서 열린 CJ 슈퍼레이스 개막전엔 우리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차들이 출전했다. 최고 클래스인 ‘슈퍼 6000’엔 스톡카(stock car)라 불리는 완전 경주용으로 제작된 경주차들만 출전하지만, 그 외 클래스엔 일반 차량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조한 경주차들이 대거 나온다. 트랙을 달리는 경주차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판매용 차와 겉모습이 같다. 화려한 데칼(차량에 래핑·스티커 등을 부착하는 것)과 공기역학 특성을 고려한 커다란 윙, 낮은 차체를 갖고 있지만 기본적인 차의 모습은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판용 차와 별 차이가 없다.

경주용 차는 일반도로 주행 못 해

일반 제네시스 쿠페.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완전 개조가 허용되는 CJ 슈퍼레이스의 GT 클래스를 살펴보면 판매용 차와 경주차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GT 클래스에 출전하는 경주차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차량이 바로 제네시스 쿠페다. 트랙을 달리는 경주차와 판매용 차의 가장 큰 차이는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시판용 차는 에어컨을 비롯한 편의 장비와 자동 변속기, 다양한 선택 사양이 있지만 경주용엔 모두 없다. 따라서 경주용으로 개조된 차는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없으며 자동차 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경주차는 외관만 유지한 채 나머지는 가벼운 부품으로 교체된다. 레이스에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품은 모두 제거된다. 예를 들어 뒷좌석 시트와 에어컨, 에어백,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흡수하는 흡음제, 카 오디오, 대시보드 패널 등은 차의 속도와는 무관하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신 일반 도로보다 높은 혹사 조건을 버틸 수 있는 파이프를 차체 안쪽에 별도로 설치해 안전과 차체 강도를 확보한다. 롤케이지라고 불리는 이 부품은 탄소강이나 크롬 몰리브덴 소재로 만들어진다. 롤케이지는 차체 강도를 높이고 레이스 도중 발생 가능한 전복 사고나 충돌 사고에서 운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안전장치이자 성능을 높이기 위한 부품인 셈이다.

 엔진과 변속기도 경주용으로 튜닝한다. 엔진의 동력 성능을 높이기 위한 튜닝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엔진을 제어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ECU 매핑), 엔진 내부의 부품(피스톤·크랭크샤프트·밸브 등)을 더 가볍고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교체하는 방법이 있다. 국제 규정상 엔진의 내부 부품은 교체할 수 있지만 블록과 헤드 같은 기본 부품은 교체할 수 없다. 기본기가 우수한 엔진일수록 레이스용으로 개조했을 때 좋은 성능을 낸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레이스를 통해 엔진과 변속기를 개발하는 이유다. 이렇게 개조된 엔진은 시판용 엔진보다 40% 이상 출력이 높다. 변속기 역시 높아진 출력에 대응하기 위해 강화되고 서킷 특성에 따라 기어비(比)를 조절한다. 시판용 제네시스 쿠페의 출력이 2000㏄ 터보 기준으로 275마력인 데 비해 CJ 슈퍼레이스 GT 클래스에 출전한 2000㏄ 터보 제네시스 쿠페 경주차는 약 320~350마력을 낸다. 단순히 출력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경주차는 불필요한 부품을 제거하고 가벼운 부품을 사용해 실제 성능 차이는 시판차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안전장치와 동력 성능을 높인다고 모든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차체의 강도를 높이고 최적의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가장치(서스펜션)도 튜닝한다. 경주차는 시판차에 비해 지상고(高)가 매우 낮다. 자동차 관리법은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최저 지상고를 차체의 가장 낮은 부분부터 120㎜로 규정하고 있다. 경주차는 이보다 지상고가 낮다. 운동성을 높이고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레이스가 열리는 경기장에 따라 서스펜션의 세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시판차는 운전자가 서스펜션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감쇄력(승차감이 딱딱해지고 부드러워지는 정도)이나 승차감 등을 조절할 수 없는 고정식을 사용한다.

공기 저항 줄이려 차체 높이도 낮춰
현가장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브레이크·휠·타이어도 레이스 전용 부품을 사용한다. 브레이크는 페이퍼 록(브레이크가 스펀지처럼 물컹해지는 것) 현상 발생을 최소화하는 소재, 브레이크 패드는 고온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한다. 실제 레이스에서 사용하는 브레이크 시스템과 브레이크 패드는 일반 도로에서 사용하기 매우 부담스럽다.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하는 레이스 상황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일반도로 주행에선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타이어와 휠도 시판용과 전혀 다르다. 타이어는 표면에 홈이 없는 경주용 타이어를 사용한다. 부드러운 고무가 주원료인 경주용 타이어는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껌처럼 찐득한 상태가 돼 노면과의 마찰력을 높여 접지력을 올려준다. 이런 타이어는 일반 도로에서 사용할 수 없다. 비가 내릴 때는 경주용 차엔 특별히 설계된 타이어가 장착된다. 이 배수 타이어는 시간당 노면에 고인 수십L의 물을 타이어 밖으로 배출한다. 시판용 차엔 보통 여름용과 겨울용 혹은 5계절 타이어가 장착된다.

유리 대신 폴리카보네이트 사용
경주차와 시판차는 외부에서 보이는 부분도 많이 다르다. 경주차는 유리 대신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투명판을 사용한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 속력을 높이고 동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경주차 곳곳에 있는 플라스틱판(스포일러·스커트·스플리터·에어댐)이나 뒷부분의 커다란 날개(윙)는 고속 주행 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경주차가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부품의 정식 명칭은 에어로파츠다. 일반 도로를 달리는 시판차에도 이런 윙이나 에어로파츠를 장착할 수 있지만 자동차 관리법에 명시된 기준을 초과해선 안 된다. 반면 경주차는 다양한 모양의 에어로파츠 사용이 가능하며 재질에 대한 제한도 없다. 최근엔 금속보다 무게가 가볍고 강도가 높은 탄소섬유(카본파이버)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CJ 슈퍼레이스의 GT 클래스 외에도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도 제네시스 쿠페가 출전한다. 차이점은 CJ 슈퍼레이스에선 차종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KSF에선 제네시스 쿠페만 출전하게 돼 있다(원 메이크 레이스). 원 메이크 레이스는 같은 종류의 차를 가지고 제한된 튜닝만으로 실력을 겨루는 경기다. 따라서 성능을 높이는 튜닝은 철저하게 제한되며 부품도 조직위원회가 지정하는 것 외엔 사용할 수 없다. KSF의 제네시스 쿠페 레이스는 출력에 따라 두 개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일반인들이 안전장비만 구비하면 언제라도 자기 차를 가지고 출전할 수 있는 아반떼·K3 챌린지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레이스에선 개조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자동차 관리법 기준을 따라야 한다.

황욱익 월간 ‘모터매거진’ 기자 racroix@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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