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엿보기] 늘어난 펜션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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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은퇴를 앞둔 회사원 姜모(59)씨는 최근 경기도 양평의 단지형 펜션부지를 매입했다."펜션을 지으면 별장처럼 이용하고, 이용 않는 기간은 관광객들에게 임대해 연 15% 이상의 운영수익을 보장한다"는 분양광고가 눈에 띄었던 것.

그러나 막상 분양을 받고 보니 단지 내 휴양시설이나 주변에 유명 관광지가 없어 펜션으로는 사업성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姜씨는 나중에야 단지개발업체가 이곳을 전원주택지로 팔다가 분양률이 저조하자 펜션으로 이름만 바꾼 것을 알았다.

최근 펜션이 인기를 끌자 전원주택용으로 개발된 땅을 펜션으로 파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름만 바꿔달고 전원주택용지 때보다 비싼 가격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 2만평 규모의 땅은 지난해 가을 평당 13만원에 전원주택용지로 분양됐으나 펜션부지로 명패를 바꿔달면서 평당 20만~25만원으로 올랐다.

강원도 평창 금당계곡 인근의 대지도 지난해 상반기 전원단지로 분양될 때는 평당 20만원이었으나 요즘 펜션단지로 선전하면서 29만원으로 뛰었다.

전원주택용지가 펜션으로 바뀌는 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단순 주거시설보다 수입이 나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변의 1만2천평 규모의 송옥레이크뷰는 처음에는 펜션과 전원주택으로 용도가 나뉘어 분양됐으나 최근 열린 건축설명회에서 전원주택용으로 분양을 받았던 땅 계약자 25명 모두 펜션으로 바꿔주길 요청했다.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1만5천평 규모의 성우빌리지도 투자자 희망에 따라 펜션과 전원주택을 섞어 분양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펜션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개발업체 관계자는"지난해만 해도 펜션과 전원주택의 분양 비율이 6대 4 정도였으나 올 들어선 9대 1 정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은 생활 편의를 위해 접근성을 중시하는 반면, 펜션은 휴양시설이므로 조용하고 쾌적한 곳이 적당한 것으로 꼽힌다"며 "전원주택지로 개발됐던 곳은 펜션 입지로 부적합한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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