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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매니티』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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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매해 12월이 돌아오면 「크리스머스」를 맞이하게 된다. 「크리스머스」는 「예수·그리스도」의 성탄을 축하하는 날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초대 교회에서는 이러한 생일을 축하하는 관습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관습은 이방 종교의 것이라고 생각하여 오히려 도외시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점차로 이방 종교의 영향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도」 탄생의 중요성을 의식함에서인지는 둘째로 하고 적어도 그의 이 세상에 오심의 중요성을 기억하는 것이 잘못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여러 종류의 성탄절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2000년전에 나신 「예수·그리스도」를 온 세계가 이렇듯 축하해 마지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오늘과 같이 역사가 발전된 시대에도 「그리스도」의 존재이유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떠한 점에서일까? 그리고 오늘의 사상적인 추세로 보아서 신 없는 종교를 부르짖고 있는 무신론적 「휴머니즘」이 세상을 제압하려는 이러한 단계에 「그리스도」의 존재이유가 그래도 어느 한 구석에 남아 있을까 묻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의 사상가들은 인류가 이미 성숙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하고 탈 기독교 시대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인류가 꼭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참다운 인간성」을 찾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참다운 「휴매니티」를 상실한 시대가 바로 오늘의 세대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모든 것이 다 구비되고 완비된 것 같으면서도 하나 큰 것이 빠져 있다면 그것이 곧 진정한 「휴매니티」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의 인간성같이 완전 무결한 것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이 그의 「휴매니티」의 극치라고 하지만 그의 생 전체는 결국 십자가를 향한 희생, 즉 모든 인류를 위한 죽음을 자취한 생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줄 안다.
우리는 성서를 읽을 때에도 너무 지나친 교리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읽을 것이 아니라 성서를 정말로 본질 직관하는 태도로 읽어 내려간다면 「그리스도」의 참다운 인간성을 가히 판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독교 신자보다도 타종교 신가가 더 성경의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감격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리스도」의 「휴매니티」를 아무 편견 없이 올바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익명의 「그리스도」가 있는가 하면 익명의 「그리스도」도 있는 것을 이러한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독생자 「예수·그리스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세상에 탄생하셨고 그의 뜻대로 사셨고 또 그의 뜻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시게 된 것이다. 진정한 인간성이란 아버지의 뜻과 밀착된 관계 즉 아버지와 아들의 인격적인 친함(부자유친)의 종교적인 진리를 두고 말한다고 하겠다. 그러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속에서만 참다운 「휴매니티」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중요한 목적이요, 의의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대야말로 진정한 「휴매니티」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외관상으로 아무리 발달되고 향상된 시대라고 할지라도 인간성이 고갈되어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비참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하느님 없는 인간의 비참성을 말했지만 하느님 없는 「휴머니즘」의 비참성이 오늘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하느님 관념도 가지가지여서 종잡을 수 없을이 만큼 복잡하지만 그러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이해만이 진정한 인간성의 정곡을 맞힌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살신성인이라는 말도 있다. 몸을 희생해서 인을 성취한다는 옛 교훈은 「예수·그리스도」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실리 추구를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는 오늘의 세계에 이 모든 것을 초월한 참다운 모습의 인간성을 우리 인류는 모두 간절히 갈망해 마지않는다. 【윤성범 <감리교신학대 교수>】

<필자 소개>
▲1916년 경북 울진 출생
▲일본 경대 동지사 대학신학부 졸업
▲「스위스」 「바젤」대학(신학 박사)
▲현재 감리교대학 대학원장 저서 『성의 신학』(일명 한국적 신학) 『효』(윤리원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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