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계와 한국을 점치는 「파리」의 「마담·솔레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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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점장이는 어디에나>
고인이 된 「프랑스」의 「퐁피두」전 대통령이 점성가 「마담·솔레이유」의 말을 국사에 참고로 할 때가 있다고 해서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신은 물론 종교까지도 부정하고 있는 무신론의 나라 소련에서도 「흐루시초프」의 실각을 예언했다는 점성가 「마담·그리노바」가 「브레즈네프」에게 「귀띔」을 해주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점을 친다」는 말은 동서양에 그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점장이를 찾는다」는 풍조는 과학 문명과 아랑곳없이 여전하다고 학자들까지도 수긍한다.
「파리」의 「마담·솔레이유」는 바로 이런 풍조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점장이」다.
신문과 잡지에 「이 주일의 운세」를 점치고 「라디오」에서는 전화 상담까지 받으면서 세계 기상도와 「프랑스」의 앞날, 그리고 어느 처녀의 사랑때까지 풀이해 낸다. 청취자가 무려 5백만명이 넘는다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사람들은 귀찮은 물음을 받으면 『「마담·솔레이유」에게 불어 보라』고 말끝을 돌릴 정도다.
『물론이죠, 나는 그만큼 잘 맞혀냅니다』 「드골」이 아직 대통령에 앉아 있을 때 그의 죽음을 정확하게 알아맞혔다고 해서 요 몇 년 사이 더욱 「믿음」을 받고 있는 「마담·솔레이유」.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행복이라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 항상 변하는 것이지요-.』 「파리」시내 자그마한 「아파트」에 앉아 세계를 점친다는 이 엉뚱한 할머니는 쉴 사이 없이 빨리 말을 한다. 한마디도 더듬지 않고 계속해서 큰 소리로 얘기한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내 얘기부터 하겠다』면서 눈을 크게 떴다 좁혔다 하면서 점성술의 「이론」을 편다.
결국 그는 「인간의 정해진 운명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과학자」라는 설명이다. 사람마다 자기의 별(성)이 있고 이 별들의 움직임이 바로 운명이라는 것. 『점성술은 하나의 과학입니다』-. 그는 여러 번 「과학」이라는 말을 썼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점장이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점성술은 과학이다>
「파리」의 관광객들은 뒷골목 「집시」들을 찾아 손금도 보고 관상도 본다.
요즘은 「인도에서 공부한」 점장이들이 특히 「히피」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유럽」의 거리를 방황하는 「히피」들은 으례 점장이를 앉혀 놓고 이야기를 즐긴다.
어떤 학자는 『종교가 이제 붕괴돼 가고 있는 증거』라고 개탄했지만. 그러나 점장이를 찾는 마음은 특히 젊은 층에서는 「히피」의 영향으로 동양적인 신비를 찾는 하나의 재미로 통한다.
영업하는 점장이가 2만5천명이나 되고 그들의 고객만 1년에 1백50만명이 넘는다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점장이 「마담·솔레이유」는 그러나 「재미」 이상의 진지한 해설을 거듭 강조한다.
『나는 사람들의 운명을 지적해 주면서 행복에 대해 충고를 합니다.』 서양 점장이들은 바로 이 「충고」를 하는 사람으로 통할 때가 많다. 당신은 이런 이런 운명인데 이럴 때는 어떠 어떠하게 처리하라는 충고를 하는 것이다.
「요즘 점장이는 정신과 의를 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들은 고객과 깊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활 태도를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충고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겠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어차피 오늘날은 결론 없는 시대가 아닙니까?』 「마담·솔레이유」는 의미 있게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손님들은 남자가 더 많아요. 그리고 한 국가나 단체에 대한 진단을 많이 하지요.』 3평 남짓한 그의 「집무실」에는 각종 사전들이 책장 가득히 꽂혀 있고 책상 위에도 책을 쌓아놓고 있다. 그는 물론 개인적으로 점을 봐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방송과 신문에 「해설한다」고 했다.
대개 점을 치는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어떤 통계에선 80%이상이 여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쎄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마담·솔레이유」는 정치가들 고객이 많아서인지 역시 남자도 점을 많이 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대개 남자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제일 관심이 있고 여자들은 역시 감정적인 문제지요. 연애 같은 것이지요. 하하.』 여자는 소유욕이 있기 때문에 불안이 많고 그래서 점을 많이 친다고 풀이한다.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불안할 때 점을 치지요.』 그런데 그 「불안」이 남자는 정치적이고 여자는 감정적이라고 그의 경험을 말한다.
「마담·솔레이유」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대대로 점성가였기 때문에 벌써 어렸을 때부터 하늘의 변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종교보다 우주 믿어>
『공자도 알고 부처님도 잘 알아요. 할아버지한테 세계의 모든 신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그렇지만 교회는 안 나갑니다.』 종교보다 그냥 『우주를 믿는다』고 웃는다.
30세 때부터 직업적으로 점을 쳐 왔다는 「마담·솔레이유」는 올해 62세. 30년 넘게 점장이로 이름을 날렸다고 자랑한다. 『내 자신의 점이요? 물론 훤히 알고 있지요.』
1980년에서 l990년까지가 아마도 이 지구 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그는 점을 친다.
『어떤 변화가 크게 옵니다. 어쩌면 좋은 해결인지도 모르죠.』 여성 문제·전쟁·경제 문제들이 그때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고 장담한다.
『내년 한국의 운세를 봐 드릴까요?』 「마담·솔레이유」는 지난 30년간 비로소 함께 살고 있는 친구 「마담·푸엘르」에게 한국의 신 헌법이 언제 공포됐는가 찾아 달라고 말한다. 「마담·푸엘르」는 이내 72년 12월 27일 유신헌법 공포를 시사 사전에서 읽어 내려간다.
『한국이 원래 농업국인데…요즘 경제에 변화가 왔군요. 76년이 아마 경제 문제에선 가장 중요한 해였어요.』 「마담·솔레이유」는 백과사전을 읽듯이 빠른 말투로 한국의 경제와 정치부터 이야기한다.
『전쟁이요? 네, 절대 안 일어납니다. 국방을 튼튼히 하고 있으니까요.』
『통일은요, 지금 젊은 층에게 기대를 하십시오. 아주 밝습니다. 젊은이들이 참 좋군요.』
『서양의 원조와 이웃나라, 네네, 일본의 원조가 필요한 나라군요. 앞으로도 글쎄,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런 원조가 필요하겠군요.』
『자원이 있는데…』 그는 약간 미심쩍게 말을 느리게 잇는다. 석유가 있는 것 같다는데 어떻겠느냐고 상황을 이야기하니 그는 이내 자신 있게 말한다.
『석유가 확실히 있습니다. 자원을 찾아내는데 좋은 소식이 나오겠군요』
꼭 그는 신문을 열심히 읽는 시사 해설가같이 이야기한다. 「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무당하고 점성가를 혼동하지 마세요.』 자신을 믿어 달라는 뜻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는 행복이라는 것을 점장이에게 묻는 이유를 그는 한마디로 자른다.
『행복은 믿음입니다. 그래서 점성가의 충고가 필요한 것입니다.』 【파리=윤호미·장홍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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