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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국내 1세대 무용 평론가 조동화 선생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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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나라 1세대 무용 평론가로 꼽히는 조동화(사진) 월간 ‘춤’ 발행인이 24일 오전 서울 충신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92세.

 1922년 함북 회령에서 출생,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대학 재학 시절 ‘예술을 즐기는 과학도가 되겠다’며 서울 명동에 있던 ‘함귀봉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서 2년여 간 무용을 배웠다. 63년 그해 개국한 동아방송에 들어가 제작·편성부장을 지내며 ‘동아무용콩쿠르’ 창설에 산파 역할을 했고, 64년 시사 프로그램 ‘앵무새’가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75년 ‘동아 사태’로 강제 해직 당하기 전까지 시사잡지 ‘신동아’에 꾸준히 춤 평문을 게재했던 고인은 76년 퇴직금과 사재를 털어 무용전문 월간지 ‘춤’을 창간했다. 고인이 창간 이후 한 호도 거르지 않고 출간한 ‘춤’은 우리나라에 전문 무용평론 시대를 연 잡지로 평가받는다. 무용평론가 이순열(전 ‘음악동아’ 편집장), 김태원(계간 ‘공연과 리뷰’ 편집인), 김경애(월간 ‘댄스포럼’ 발행인), 이종호(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 성기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춤’을 통해 배출됐다.

 고인은 춤의 기록적 가치를 주창하며 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96년 무용계 모금운동을 통해 한국 근대춤의 선구자 조택원(1907∼76)의 춤비를 서울 국립극장 앞마당에 건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2001년 한국 전통춤의 대부 한성준(1874~1942)의 춤비를 경기 안성 태평무전수관에 건립하는 등 춤문화 운동을 전개했다. 또 평생 수집한 춤 자료를 기증, 국내 유일의 춤자료관인 서울 대학로 ‘연낙재’ 개관에 기여했다. 이러한 공로로 한국출판문화대상(85), 중앙예술대상(88), 옥관문화훈장(90), 허행초상(2002), 월남장(2004)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 전상애씨와 아들 유현(세명대 교수)씨, 딸 유미·유진씨와 사위 박태식(대한성공회 신부)·팀 매디건(샌프란시스코 도서관장)씨, 며느리 조은경(월간 ‘춤’ 주간)씨 등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26일 오전 7시, 장지는 일산 기독교공원묘지다. 02-2072-2014.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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