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시즌 전력평가-히로시마 도요 카프

중앙일보

입력

마운드는 괜찮아졌는데, 팀의 상징이던 공격력은 오히려 약해졌다. 2003시즌을 맞이하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는 올해도 중하위권으로 점쳐지지만 투수진의 강화를 무시할 수 없기에 다크호스다.

히로시마의 선발 투수진은 부상만 없다면 무척 탄탄하다.리그 정상급의 컨트롤을 뽐내는 베테랑 사사오카, 빠른 투구템포를 가진 새로운 10승투수 하세가와,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젊은 에이스 구로다, 좌완 다카하시 켄 4인방이 작년처럼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지고, 야쿠르트에서 이적한 왼손투수 앨런 뉴먼이 5선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4인로스터 제한으로 인해 다양한 구종의 소유자 데이브 런퀴스트와 체인지업이 좋은 크리스 브록이 6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된다.

그 동안 히로시마를 괴롭혔던 것은 마무리 오야마다를 빼곤 믿을 투수가 없는 허약한 계투진이었는데, 150km의 속구와 포크볼을 뿌리며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신인 나카가와를 새로 보강해 작년보단 뒷문이 강해졌다.

반면 신시내티 레즈처럼 '빅 레드 머신'이라 불릴 정도로 활발했던 히로시마 특유의 공격력은 하향세를 보이고있다.

특히 주력타자 3명 (에디 디아즈, 루이스 로페즈, 가네모토)이 빠진 공백은 너무나 커서 새로 영입한 앤디 쉬츠, 지미 허스트 2명이 막기엔 버거워보인다.

앤디 쉬츠는 공격보다는 유격수 수비보강을 위해 데려온 수비형 선수이며, 실질적인 주포로 기대하고 있는 독립리그 MVP출신의 장거리포 허스트는 파워는 일급이지만 정확도에 문제를 드러내고있다.특히 허스트는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많이 나타내고 있어 적응력이 의심스럽다.

히로시마의 발목을 붙잡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수비불안이다.작년까지 유격수를 보던 히가시데가 2루로 돌았는데, 아직도 바뀐 포지션에서 불안한 모습이다. 3루수 아라이도 히가시데와 함께 실책이 가장 많은 선수 중 하나다. 결국 아라이는 외야로 갔고, 베테랑 내야수 노무라 겐지로가 3루를 지키게되었다.

90년대 히로시마의 외야를 책임졌던 중견수 오가타, 우익수 마에다 도모노리도 다리 쪽에 부담을 안고있어 전성기처럼 넓은 수비범위는 보이기 힘들 것이다.

히로시마는 4년 연속 팀 최다실책의 불명예를 안고있는데, 그 이유 중엔 오래된 히로시마 시민구장의 거친 천연잔디와 흙도 한 몫하고 있다.따라서 구단에선 올해엔 백사와 흑토를 6:4 비율로 섞어 좀 더 안정된 바운드 만들기에 신경을 쓰고있다.

주목할 점이라면 올 시즌 활약하게 되는 히로시마의 외국인선수 5명 중 도미니카 카프 아카데미 출신은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히로시마도 나이 어린 외국인선수를 육성한다는 이상론에서 벗어나, 다른 팀들처럼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즉시 전력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회귀하는 듯 하다.

문현부 명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