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서 수입, 문제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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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화의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서 독자가 부쩍 늘어났다. 그러나 외서 구입에 따른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독자들의 불평은 우선 ①책값이 너무 비싸고 ②학문에 필요한 최신서보다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판에 박은 낡은 책 밖에는 구경할 수 없고 ③필요한 책을 주문해도 짧아야 3개월, 길면 6개월 이상 걸리며 ④당국의 외서 규제가 까다롭다는 것 등이다.
75년 한해동안 문공부가 수입 추천을 한 외서는 모두 3백50만「달러」어치(2백39만2천5백24부) 50년대 초에 비해 14년 동안 4배 최근 5년 동안에 2배의 양적인 팽창을 보여주고 있다.
수입서적상은 정기 간행물수입상 9개, 일반도서 수입상 27개다. 이 가운데 8개 업체가 서로 중복되므로 수입업체는 모두 28개다. 수입하는 책은 대부분 일서와 양서. 수입액수는 일서 쪽이 많지만(전체의 약50%)부수로는 양서의 1백64만1백72부에 일서 75만2천5백24부로 양서가 2배를 넘고있다.
일서는 과거 수입 외서의 대종을 이루었다. 69년 경우 당시 1백42만여「달러」가운데 일서가 70% 가까운 비율을 차지했었다.
이것이 74년을 고비로 양서우세로 판도가 바뀌었다.
이해의 일서가 80만2천84부였고 양서가 1백3만3백77부였다.
수입도서의 내용은 인문사회계열 보다는 자연과학 부문이 많아 4대6의 비율. 의대를 비롯한 자연과학계의 대학교재, 연구용 전문서적, 산업기술분야의 정보책자가 차차 비중을 더해가고 있다.
외서의 값은 국내 서적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다. 일서의 경우 정가의 2·5배 (환율 1·7대1)를 소매가로 했으나 지난 10월부터 다시 올라 2·7배를 받고 있다. 양서도 미국이 6백∼6백50대1(환율 약5백대1), 독일이 3백50대1(환율 1백99대1)로 공정환율 보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책값이 비싼 것에 대해 수입상들은 그들대로의 고층이 없지 않다. 외서 수입 및 배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서 상의 허가는 「무역에 관한 법령」의 적용을 배제치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수입의 절차가 복잡해지고 수수료가 늘어난다는 결론이다. 일정액이상의 수출업체만이 수입「코터」를 배정 받을 수 있는 우리의 무역 법 아래서는 아무리 규모가 큰 외서 상이라 해도 독자적으로 외국의 서적상(또는 출판사)과 직접 거래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수입「코터」를 받은 무역상에 수입을 의뢰해야 한다. 국제거래상 책만은 외상 거래가 가능하다. 필요한 책을 주문했다가 책이 팔리면 지불하고 안 팔리면 반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외환법 규정상 수입을 할 때는 수입 담보 금을 미리 예치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수입서적상이 미리 지불한 책값의 금리와 무역상에 지불한 수수료까지를 독자가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외서 자료를 필요로 하는 학자들은 서점에서 학문에 필요한 최신간을 구경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것은 외서 상들이 책을 수시 주문, 반품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필요로 하는 특수 최신서적의 수입을 기피하고 반품의 확률이 적은 일반적이고 연례적인 책만을 골라서 주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꼭 필요한 책의 주문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수입상은 2개월에 한번 책을 들여오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6개월에 한번 정도 책을 들여오기 때문에 아무리 급한 책이라도 최소한 2개월은 걸려야 하고 심한 경우는 반년을 기다려야 한다. 같은 양서라 해도 영·미 쪽보다 수요가 적은 불·독 서적은 1년에 한두 번 정도가 고작이다. 「프랑스」 서적만을 취급하는 「범한」과 독일서적만을 전문으로 하는 「소피아」의 경우 매년 3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들여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쉽게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출판부장 이동승 교수(독문학)는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서적상에는 무역 법을 적용하더라도 학습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에서 만이라도 책을 원가에, 그리고 제때에 사들여 올 수 있는 직접주문의 길을 틔어줘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개선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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