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국민 교에 다시 부는 치맛바람|매달「인사」·초대바람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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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학교에 한때 잠잠했던 치맛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간에「인사봉투」가 공공연히 오가는가 하면 최근엔 학부모들 사이에 담임선생을 위한 「상차리기」경쟁까지 일고 있는 것. 이 같은 풍조는 한때 극성을 부려 큰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가 6년 전 중학무시험제도가 실시되면서 고개를 숙였으나 최근 대도시의 신흥주택가를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교사들은 이런 치맛바람에 편승, 정기적으로 「인사」를 하는 학생을 앞자리에 앉히거나 간부를 시켜 주고 자주 칭찬해 주는 등 치맛바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강남구·여의도·동부이촌동·반포동등 부유층이 많이 사는 고급주택가와 고급「아파트」지역학교들이 특히 심한 편이다.
서울 강남구 모 국교 1년 조 모군(8)의 어머니 최 모씨(38)는 매달 담임선생에게「인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인사」를 보내지 않으면 조 군이 풀이 죽어 학교에서 돌아온다는 것.
9월 어느 날 최씨는 학교에서 돌아와 조 군이 점심밥을 앞에 놓고 하느님, 우리 선생님을 미워해 주세요』하며 기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
조 군은『수업시간에 아무리 손을 들어도 자신은 시켜 주지 않고 엄마가 자주 찾아오는 옆 친구만 시켜 선생님이 미워졌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최씨는 그후 쪼들린 살림에도 어쩔 수 없이 매달「인사」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풍조는 다른 신흥주택가에서도 마찬가지. 「아파트」단지 내 모 국민학교에 두 아들을 보내고 있는 회사원 이 모씨(35)는 담임 선생들에게 매달 「인사」룰 보내 왔으나 최근엔 학부모들이 경쟁적으로「인사」를 크게 하는 바람에「인사」를 보내고도 너무 적은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씨는「인사」를 보내는 게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 담임선생이 집 아이를 뒷좌석에 앉히거나 공연한 꾸지람을 줄까 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교사들은 이런 학부모들의「인사」를 유도하기 위해 학부모가 자주 찾아「인사」하는 학생들에게 ▲겨울철에 난로 옆에 앉게 하고 ▲수업 중 자주 칭찬을 해주고 ▲게시판에 그림을 자주 붙여 주고 ▲선행학생으로 뽑아 게시판에 이름을 올려 주며 ▲각종 상을 자주 받게 하는 등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최 모씨(41·주부·서울 용산구)는 외아들 윤 모군(12·모 국교6년)이 눈이 나쁜데도 계속 맨 뒷좌석에만 앉는다고 불평해 담임선생에게 서신으로 호소했으나 『엄마가 학교에 나 오라』는 회답만 받았다는 것.
윤 군은 최씨가 한달 후 담임선생을 찾아가「인사」를 한 후에야 앞자리로 옮길 수 있었다.
따라서 형편이 어려워 학부모들이 담임선생을 찾아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수업시간이나 간부임명에서 푸대접받기 일쑤여서 기가 죽어 학교에 가기를 싫어하는 경향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한 경우엔 평소 95점 이하를 받은 적이 없는 학생도 방학 때 집에 전달되는 성적통지표에는「미」투 성이가 되어 있다는 것(강남구 모 국교 3년 김 모 군의 어머니 호소).
최근엔 또 학부모들 사이에 담임선생을 집으로 초대하는 풍조가 일고 있다.
이 경우 학부모들은 먼저 담임선생을 초대한 집에『무슨 음식을 했었느냐』고 묻는 등 「상차리기」에 심한 경쟁을 벌인다는 것.
이 같은 풍조에 대해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다같이 다시금 치맛바람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모 국민교 1년 담임 권모 교사(35·여)는『일부라도 이런 탈선 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은 같은 교사입장에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전체, 교사들은 막 자라는 아동들의 교육을 맡고 있음을 감안, 교육자적 양심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며 학부모들도 유달리 자기자식만을 귀여워 해 주길 바라는 비뚤어진 사고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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