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장교들이 야산 34만평 개간 전국 최고소득 마을로|전북 익산군 오동정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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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장의 포화 속을 누비며 부하들을 지휘하던 퇴역장교들이 전장의 재빛 먼지를 털고 물러나 산야를 가꾸고 일구기 15년, 황무지 34만평을 1급 농장으로 만들어 전국최고의 고소득마을의 주인들이 됐다. 이는 전북 익산군 낭산면 오동정 마을. 40가구의 가구당 연평균수입이 전국에서도 최고인 2백50만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뒤늦게 세상에 드러난 것. 이곳은 원래 잔솔들이 앙상하게 들어섰던 야산. 그러나 지금은 성광농장·삼성농장·금호농장·고농장·익산농장·남양농장·함렬농장 등 농장팻말이 곳곳에 나붙고 각종 유실수와 용재림·관상수 등이 빽빽이 들어서고 묘목 묘상이 산기슭을 메우고있다.
40가구 중 20가구가 대농장의 주인이란 사실만도 전국 어느 농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장.
특히 사과나무 재배는 수익의 원천이 되고있다.
토질과 기온 등으로 이곳에서 사과나무를 재배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종래의 관념을 뒤엎어 놓아 농장 경영자들의 보람은 더없이 크기만 하다.
결실기의 사과나무들에서 주먹만한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리고 사과 맛도 뛰어나 인근마을까지 사과나무 재배「붐」이 일고 있다. 농민들도 너도나도 사과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 농정당국도 뒤늦게나마 이곳을 지정, 사과단지로 선정해 지난해부터 묘목자금까지 내보내고 있다.
이곳에 처음 뛰어들기는 61년 예비역 대령으로 제대한 정호림씨(54).
정씨는 처음 야산2만평을 사들여 개간의 결심을 다졌다. 이때 땅값은 겨우 평당 2원50전. 지금 과목 등 지상물을 뺀 밭값만도 1천5백원씩이니 15년만에 무려 6배로 불어난 셈이다. 정씨는 군에서 다져진 몸과 마음으로 개척자의 결심을 갖고 황무지에 도전했던 것이다.
야산개발에 온 가족이 달라붙었다. 내외와 성장한 3자녀가 움막을 치고 들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솔뿌리를 캐고 땅을 팠다.
그러나 정씨는 자연과의 싸움이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군에서 뜻을 같이했던 동료 전우들을 불러들였다.
옛 전우들도 정씨와의 약속대로 제대하기가 바쁘게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첫해에 5가구, 이듬해에 4가구, 3년째에 6가구 등 3년만에 15가구가 들어섰다. 야산1만∼2만평씩을 사들여 개간경쟁은 전장의 긴박감을 방불케 했다. 피나는 노력의 성과로 4년째에 5만평을 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워낙 박토였기에 잡초마저 자라지 않아 수입은 신통치 않았다. 정씨 등은 10㎞떨어진 논산 제2훈련소와 제2사관학교로 나가「리어카」로 인분을 실어다 부었다. 옛 전우·상사들이 개척자가 되어 몸부림치는 것을 본 훈련소와 제2사관학교 지휘관들도 이에 감동, 군「트럭」을 특별 개조, 인분을 실어다주고 부대장병들을 동원, 개간을 돕기까지 했다.
개간면적도 해마다 급격히 늘고 67∼68년부터는 사과·포드 등 경제작물과 유실수·관상수로 영농범위를 넓혀 나갔다. 몇 년새 늘어난 소득은 가구당 2백50만원이란 기적을 낳았다. <이리=이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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