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의 협정 영주권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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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일 동포는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참정권 같은 특수한 권리를 제외하고는 일본 국민과 똑같은 지위를 누릴 역사적 이유를 갖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일본에 거주하게된 까닭은 순전히 구 일본 제국의 식민 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 수행이라는 일본의 필요에 따라 징병·징용·공출, 또는 계약이란 형식으로 일본에 끌려갔을 뿐 아니라 그 때에는 일본 국적이 지워져 있었다. 우리 동포들이 일본에 살게된데는 이렇게 일반 외국인과는 판이한 역사적 사연이 얽혀 있다. 때문에 그들에게 일본 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할 역사적 책임을 일본은 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어느 모로도 일본이 그들의 이 같은 역사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일반 일본인들의 재일 한국인에 대한 사견적 편견은 고사하고라도 제도적으로 마저 무수한 차별의 벽이 가로 놓여있다. 일본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법적 바탕이 든든하지 못할 뿐 더러 각종 사회면지법·금융 공고법 상의 혜택과 교육 수혜 등에 차별이 적지 않다.
그 동안 한일간의 교포 법적 지위 향상에 관한 여러 차례의 협의 결과 부분적으로 개선된 바도 있으나 아직도 기본적인 문제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24일부터 동경에서 열리고 있는 한일간 협의에 대해 우리가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이번 회담을 통해 획기적인 개선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우선 협정 영주권의 추가적 부여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65만 재일 동포는 대충 세가지 유형의 영주 자격이 부여되어 있다. 협정 영주권·전전 일본 국적 소지자·일반 영주권의 세 형태다. 이중 비교적 안정된 영주 자격이 협정 영주권이다. 협정 영주권은 『한일간의 재일 한국민의 법적 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에 따라 71년 1월16일까지 영주권을 신청한 36만7천2백62명의 동포와 그후에 출생한 그들의 직계 비속으로서 회생 후 60일 안에 신청한 사람이 누리는 영주권이다.
협정 영주권 자는 강제 퇴거가 일반 영주권에 비해 제한되며 교육·생활보험·국민 건강 보험, 그리고 귀국 때 재산 반입 등에 『타당한 고려』를 받게 되어있다.
이밖에 조총련계 동포를 포함해서 협정 영주권 신청을 하지 않은 28만여명 중 다수가 전 전 일본 국적 소지자란 자격으로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2차 대전 후에 일본에 간 나머지 극소수가 일정 거주 기간과 요건을 갖춰 일반 영주권을 취득했다.
이들에게는 일본 국내 법상의 규정 이외에 협정상의 특별 고려는 없다.
때문에 가능하면 재일 동포로서는 협정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협정 영주권 취득은 재일 동포의 모국에의 귀속감을 강하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하다.
특히 작년부터는 조총련계 재일 동포의 모국 방문 사업이 진행되면서 조총련에서 민단으로 전향하는 사람이 많아져 이들에게 정당한 법적 지위를 확보해주어야 할 필요가 커졌다. 그러려면 지난 71년1월로 마감된 협정 영주권 신청 기간을 추가 선정하는 협정 개정 조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으로서도 종전 전부터 일본에 거주하던 재일 동포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주권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중에서 안정적인 협정 영주권자가 늘어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책임은 협정 영주권 신청 기간의 추가 설정 때문에 생길 일본 정부의 행정적 번거로움 쯤으로 결코 외면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닌 것이다. 협정 영주권의 확대를 비롯, 재일 한국인의 법적·사회적 차별을 시정하는데 있어 일본 정부의 역사적 책임에 상응하는 좀더 성의 있는 조치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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