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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기 편저 (삼성문화문고 (86))|법화경신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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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법화경은 많은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저명한 경전의 하나다. 우리 나라에서 법화경만큼 많이 읽혀진 불전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 나라에서 간행된 횟수도 제일 많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불교국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경전일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현대를 인식하면서 법화경을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해서 읽는다.
법화경 비유품 제3에 『내가 옛날에 「바라나시」에서 초전법륜을 하였고, 지금 다시 무상 최대 법륜을 굴리리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함에 있어서의 전시적 입장이시다.
이 말은 새로운 불교 운동을 표방하고 대승 불교인 (법화계)들이 그들의 손에 의하여 이루어진 법화경이 부처님이 설법하신 아함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것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로써 그들의 주장이 역사적 전통성에 입각한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정법 존중 사상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새로운 법화 불교에서 성문승·연각승·보살승의 삼승을 대승인 일불승에 포함시킴으로써 분열된 불교 교단을 일원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사상은 법화경 속에서 교단의 분열을 통합하려는데 일차적인 주안점이 놓여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그대로 우리 인생에게 조화된, 그리고 총합된 자유를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고, 따라서 새로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세분화된 환경 속에서 장님이 코끼리 구경하는식의 인간살이를 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보다 바람직한 많은 것들을 법화경은 가르쳐 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
금번 조명기 박사에 의해 편역된 『법화경신초』가 출간되었음을 보고 때에 알맞은 출판물이라 생각하고 한번 읽을 것을 권한다.
홍정식 <불교학·동국대 불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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