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면 총회꾼, 협조하면 야바위꾼|주주끼리 인신 공격·욕설 오가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총마다 참석, 한 마디씩 꼭 한다는 K주주는 『따지면 총회꾼, 협조하면 「야바위」꾼이라고 욕한다』고 군소 주주로서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16, 17일 이틀간 열린 5개 시은 주총에서는 그런 두가지 면이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났다.
17일 첫번째인 상오 10시 제일은행 주총에서 K주주는 『일부 주주들이 주총을 핑계로 거지같은 청탁을 하고 다녀 전체 주주들을 욕 먹이고 있으니 명단을 밝혀 창피를 주자』고 자체 규탄.
이 말을 받아 G주주가 『뻔뻔스러운 놈. 너는 대부 받지 않았느냐』고 소리쳐 5분간 욕설과 인신 공격이 오가는 추태를 보였다.
이어 하오 2시 조흥은행에서는 권모씨가 『저는 시골 사람입니다. 은행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자랑스러워 주총에 다녀봤는데 항상 똑같은 사람들이 발언권을 얻어 떠드는걸 보고 신물이 났다』고 의외의 발언. 곧 10여명이 뛰어 나와 「마이크」를 빼앗고 『신성한 총회에서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 퇴장시켜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는 등 또 한번의 추태를 연출했다.
이날 사임한 심원택 조흥은행장은 『시은 주총의 의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미숙하더라도 양해 해달라』며 의연한 자세로 영업 보고서를 낭독하고 회의를 진행해, 끝난 뒤에는 주주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주주들은 『사건만 나면 은행장이 모든 걸 책임지고 물러나는데 그럴수록 책임의 한계가 모호해진다』고 너무 잦은 인사를 비난.
심 행장은 『윤 행장과는 서울고상 (상대) 동기 동창으로 43년 함께 식산 은행에 입행했는데 떠나는 날도 같게 됐다』고.
윤승두 서울신탁은행장은 15일 하오 이미 퇴임식을 가진 뒤여서 하오 4시에 열린 주총은 장명섭 전무가 의장을 대행, 맥빠진 분위기로 5개 시은 중 가장 빨리 주총 (1시간)을 끝냈다.
한독 맥주 부정 융자 사건과 이사진 인사 등에 대해서는 16일에 이어 이날도 함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