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중의 경제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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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월중의 경제동향은 여러 가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경기예고지표는 3개월 째 1,8을 유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부터 어려워진 국내자금사정을 제반 경제지표가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일단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외환보유고가 26억「달러」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그것도 한달 사이에 2억「달러」이상이나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수출의 호조에도 있지만, 수출선수금으로 어려워진 국내금융의 애로를 타개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수금 수입의 증가로 해외부문에서 통화가 급속히 창조되어 국내여신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량이 한달 사이에 6백 4억 원이나 늘어난 것은 금융경로에 이상현상이 생기고 있음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수출 신장세가 유지되고 해외부문에서 높은 통화창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지수와 출하 및 재고지수가 다같이 「마이너스」현상을 보이고 있는 사실도 경제동향에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상적으로 움직인다면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그럼으로써 통화가 해외부문에서 창조되고 있다면 생산·출하가 모두 늘어나고 재고는 중립적이어야 할 것이다. 생산과 출하가 줄고, 또 재고도 줄었다면 수출전망이 어려워지고 있거나, 아니면 자금난 때문에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만일 수출관련산업은 수출의 호조에 따라 자금이 풍부하여 생산 및 출하가 후퇴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곧 오히려 더 깊이 검토해야 할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 경우 수출산업의 호조를 상쇄하고도 결과적으로 생산·출하지수가 후퇴할 만큼 내수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은 나타난 현상이 그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깊이 평가해서 내외균형의 회복이라는 각도에서 정책적인 조정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10월말 현재 수출실적이 65억「달러」인데 반해서, 수입실적은 54억「달러」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경제구조에 비추어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원자재공급사정에 문제점은 없는 것인가. 그리고 내수용 원자재공급이 지나치게 억제됨으로써 물가에 불안요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물론 KFX 수입실적만 가지고 원자재공급상황을 평가할 수는 없다. 무역신용증가가 어느 수준에 있느냐를 따져야 하는 것이지만 무역신용의 증가나 외자도입의 증가로 메워졌기 때문에 KFX 수입이 크게 억제된 것이라면 다른 차원에서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즉 적정 외환보유고를 어느 수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는 이자부담을 수반하는 외환보유고를 늘리기만 하면 좋다는 생각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10월중의 제반 경제지표는 안정된 경기국면에서 변화의 씨앗이 잠재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물음을 피치 못하게 하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정책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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