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도입액 l백억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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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자도입은 많을수록 좋은 것인가.
외자 누계 1백억「달러」를 넘어선 지금의 시점에서 한번쯤 다시 음미해 볼 의문이다.
60연대 이후의 한국경제는 차관의 역사로 특징지어질 만큼 외자도입이 이 기간의 경제개발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녀 왔다.
그동안 수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외자문제는 결국 그것이 이룩했거나 저질러 온 공과 논에서 출발하여 현재 이후의 발전단계에서 지속적인 외자확대가 불가결한지를 검토함으로써만 정당한 해답이 주어질 것이다.
우선 평면적인 현실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대량의 외자가 도입될 수 있었던 경제여건의 변화자체는 일단 긍정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많은 부작용과 낭비를 수반하기는 했지만 우선 이런 대량의 외자를 소 화시킬 수 있는 흡수능력에서 우리경제는 큰 진전을 보인 것이다. 그것은 곧 잠재력의 성장을 의미할 수 있다.
타면 공여 측으로 보면 그만큼 우리나라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경제운영의 방향에 대한 신임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여건의 변화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외자의 대량도입은 앞으로도 무한정 지속되어야 할 것인가.
이는 개발전략으로서의 외자기능이 언제까지 존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우리의 장기적인 국제수지추세가 격증하는 상환부담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의 외자기능에 대한 허가는 개발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개발초기의 경우, 왕성한 개발욕구와 자본축적간의 격차를 해소한 것이 다름 아닌 외자였다. 한때 GNP의 30%가까운 높은 투자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 해외저축이었으며 특히 60년대 후반기는 외자의 기능이 거의 절대적이었다.
원조 중심의 50년대 외자가 대부분 소비재산업과 연관됐던 것임에 비해 이 기간의 유상차관은 거의 자본재 도입이었던 사실이 외자의 긍정적 기능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상환능력에 관한 문제는 외자가 얼마나 효율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60년대 말의 차관「붐」을 전후하여 분별없이 마구 들여온 외자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실하고 경제적 효율이 낮은 것들이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부실기업 파동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외자의 효율시비는 그 동안의 정책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는 추세에 있으나 투자·저축「갭」이 존재하는 한 이런 효율의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게 된다.
가장 상식적으로는 외자에 의존한 자본설비는 그 자체의 재생산과정에서 원리금상환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효율을 지녀야 할 뿐 아니라, 경제 전체로서도 경상수지 잉여가 존재돼야 한다. 그러나 그 많은 도입시설재가 모두 정상 가동되고 국제경쟁력을 지니게 되었는지도 의문이며 우리의 경상수지는 아직도 만성적인 적자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결국 상환능력의 문제를 파생시켜 경제잉여가 없이, 즉 투자·소비지출을 삭감함이 없이 해외저축에 의한 자본축적을 무한정 계속하기는 힘들게 만들고 있다. 투자성장의 억제 없이 해외저축 의존을 줄이려면 국내저축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든 가 경상잉여가 증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저축은「인플레」와 이미 누적된 외채상환 부담으로 증가속도에 한계가 있으며 수출증대조차 높은 수입유발효과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수지구조가 개선되기는 힘든다고 봐야 한다.
결국 가능한 선택은 고투자 고성장의 유혹을 되도록 억제하고 자본산출비율을 꾸준히 개선하는 길뿐이다.
요컨대 외자도입액수의 다과를 가지고 그 자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별 의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외자도입을 더욱 엄선하고 그 경제적 효율의 제고를 위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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