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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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승용차 한 대가 약 5시간을 달려 휘발유 20ℓ를 쓴다면 약 45㎏의 산소를 소비하게된다.
이것은 45명의 성년남자들이 하루종일 숨쉬는데 필요한 산소 소비량과 맞먹는다.
이만한 산소라면 1백m 사방의 울창한 삼림이 하루 종일 동안에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과 같다.
따라서 1만대의 자동차가 시내를 5시간씩 달린다면 45만명이 24시간 숨쉴 수 있는 산소의 양을 앗아간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주변에 이를 보충할만한 녹지대가 없다면 적어도 시민 45만명이 호흡에 장애를 느끼게 될게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자동차는 산소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유독「개스」를 배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하다는 「워싱턴」에서는 매일 2천 4백t이 넘는 배기「개스」가 대기 중에 방출되고 있다. 서울시내를 달리는 자동차 수를 「워싱턴」의 50분의 l로만 잡는다해도 그것이 뿜어내는 유독「개스」는 하루 48t씩이나 되는데 서울시민은 매일처럼 그 같은 양의 유독「개스」를 들이마시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이것은 우리네 휘발유가 미국 것만큼 질이 좋고, 차 정비가 잘되어 있고. 매연규제가 철저할 때의 얘기다. 그러니 태반이 매연차인 서울에서 유독·배기「개스」의 양이 얼마나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스러워 진다.
올해 들어 9월말 현재로 적발된 매연차량은 8천 8백대나 된다.
그러나 단속기간을 용케 모면한 불량차량들이 또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8월에 미국의 「미시건」주 남부에서 「뉴요크」에 이르는 하늘이 더러운 공기더미에 덮여 l주일 동안이나 햇볕을 보지 못했다. 알고 보니 자동차의 배기「개스」가 쌓이고 쌓인 결과였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때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52년 12월의 유명한 「런던·스모그」현상 때에는 「런던」시내에서 호흡기 질환 등으로 다른 때 보다 4천명이나 더 많은 사망자가 생겨났었다.
이때에는 자동차만이 범인은 아니었다. 공장의 굴뚝·고도건물들의 난방 등도 공범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이 같은 매연 차에 강권을 발동키로 했다한다.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기왕이면 다른 공범자들에 대한 단속까지도 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년 중에서 대기가 가장 오염하기 쉬운 시기는 8월부터 11월까지로 되어있다. 특히 11월에는 고층건물들이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하는 달이다. 유황산화물들이 하늘을 덮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새 서울의 하늘은 매일처럼 뿌연 구름으로 덮여있다. 기상대에서는 저기압 탓이라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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