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는 염증 … 기구로 긁어내거나 약물로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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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술을 하지 않고 척추디스크를 치료한다는 척추 신경성형술이 인기다. 절개를 하지 않는 비수술 요법이니 환자가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리에 대해선 이해가 부족하다. 튀어나온 디스크 조직을 제거하지 않는데 어떻게 원인치료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디스크가 ‘염증질환’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척추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 있는 말랑말랑한 연골이다. 의학명으로는 척추추간판이다. 척추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충격 흡수장치다. 추간판은 타원형의 도넛 모양을 하고 있다. 한가운데에 연골이 있고, 바깥쪽은 연골을 보호하는 질긴 섬유조직이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다. 디스크질환(추간판탈출증)은 연골을 둘러싸고 있는 막이 찢어지거나 찢어진 막을 통해 연골이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를 말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디스크가 노화하면 연골과 막의 탄력이 떨어진다. 건강한 디스크는 80%가 수분이다. 그러나 수분 함량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탄성이 떨어진다. 미세한 충격에도 막이 찢어진다. 특히 좌우 모서리 부분의 힘이 모이는 부위가 약하다.

디스크에서 빠져나온 연골 조각에는 강력한 염증 성분이 포함돼 있다. 허리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염증 반응이 일어난 신경은 붓고, 부은 신경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염증을 악화시키며 부기가 가속된다. 신경구획증후군이라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염증성 신경손상이라고 부른다. 전체 디스크 탈출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염증성 추간판탈출증은 통증이 심각하다.

이를 간단히 치료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신경성형술이나 신경차단술과 같은 비수술 요법이다. 치료법도 신경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교적 초기라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복용토록 하지만, 증상이 심하고 약물 투여로 효과가 없다면 직접 신경 부위의 염증을 제거하고 부기를 빼주는 비수술 치료를 시행한다.

종래에는 신경차단술을 주로 시행했다. 그러나 신경차단술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과거 수술을 받았던 경력이 있거나, 만성추간판탈출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겐 신경성형술을 적용한다.

신경차단술을 보완·발전시킨 치료법이 신경성형술이다. 꼬리뼈 쪽을 통해 신경이 지나가는 주변을 국소마취한 뒤 1㎜ 정도의 카테터를 넣어 유착된 신경을 직접 긁어내거나 약물을 주사해 녹여낸다. 카테터를 이용해 환부에 쉽게 접근하고, 주변 조직과 들러붙은 신경도 분리해 낼 수 있다. 아주 심하지 않은 통증은 1회 주사만으로도 통증을 충분히 줄인다. 시술 시간은 10~15분 내외며, 시술 당일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튀어나온 디스크 조각은 인체 치료과정을 통해 자연 흡수된다. 치료 후에는 정상적인 조직이 되므로 가장 인체친화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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