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약의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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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단군신화에 보면 환웅이 신웅에게 영약이라 하여 몇 가지 약재를 먹으라고 권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에서의 의약의 역사는 이처럼 아득한 옛날부터 시작되었다.
이래서 한국의학은 삼국시대에 이르러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던 것 같다. 일본의 고사에도 보면 4세기, 신라의 실성왕 때에 일본의 어느 왕이 중병에 걸리자 김무라는 의사가 치료해 주고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때에도 일본의 간청을 받아들여 여러 의학박사들이 일본에 건너간 기록이 나온다.
물론 한국의 의학과 중국의 그것 중 어느 것이 먼저 더 발달했는지는 자세치 않다. 그러나 한의학이란 흔히 한대로부터 삼국육조시대에 이르는 동안에 완성된 의학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통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에 다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까닭은 바로 서양의학의 한계성에 있다.
현대의학은 분명 합성약품이며 항생물질 등의 발명·발견으로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새로운 약해에 직면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또한 난병의 치료에서는 여전히 큰 장벽에 부닥치고 있다.
이래서 부작용이 없는 한방약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병과 병자를 보는 양 의학의 눈에 대한 회의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양 의학에서는 병의 학문적 추구가 앞선다. 그 다음에 병에 걸린 환자의 치료가 따른다. 자칫하면 인간 부재의 의학이 되기 쉬운 것이다.
한방의는 그렇지가 않다. 병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병자를 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거기서는 어디까지나 의사와 환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접촉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단의 방법에도 차이가 생긴다. 가령 같은 위궤양이라도 환급에 따른 증상이 다르다. 원인도 다르다.
그러나 양의에서는 위궤양이라는 병명 진단이 앞선다. 따라서 개인차는 무시되기가 쉽다. 한방의에서는 개인차가 문제된다. 따라서 같은 병이라도 치료법은 천차만별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방의는 비과학적이라는 지탄을 받아 왔다. 그러나 실장은 그 과학성을 입증할 수가 없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양의라고 과학에만 철저한 것도 아니다. 근대 의학에서도 치료가 완전히 과학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럴 수만도 없다는 요소를 양의도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부터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방의의 우월성을 가리자는 모임은 아닐 것이다.
양 의학의 한계를 어떻게 한방의로 무너뜨릴 수 있느냐는 문제를 밝히는데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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