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성대수술, 좌절 … 이젠 희망을 노래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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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06면

2004년 겨울, 프랑스 출신의 스타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가 성대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번째 성대수술이었다. 2002년 7월 성대 왼쪽의 작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던 드세이가 이번에는 성대 오른쪽의 용종 제거 수술을 받은 것. 짜릿한 고음을 자랑하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게는 적지 않은 아픔이었다.

첫 내한공연 갖는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수술을 받은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목소리를 완전히 되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전과 똑같이 계속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느꼈던 노래하는 기쁨을 되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해 10월 드세이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서 체르비네타를 부를 예정이었지만 공연을 취소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예정됐던 두 편의 콘서트도 잇따라 취소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래할 때 예전과 같이 완전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다. 첫 수술 후 4개월이나 5개월쯤 지나면 그 안락함을 되찾았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되찾지 못했다. 절망감이 엄습했다. 이따금 모든 것을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 차례의 수술 뒤, 그럼에도 참고 견뎌내기로 결심했다. 드세이는 말했다.

“마치 운동선수가 부상을 입은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부상당했다고 바로 선수생활을 마치지는 않을 거예요. 몸이 좋아질 때까지 인내하다가 여전히 운동을 하길 원하는지 결정할 겁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여전히 노래하고 싶습니다.”

TV에 방영된 그녀의 다큐멘터리에는 두 번째 종양수술 후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훈련 도중 마음대로 안 되자 펑펑 우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고독한 보컬 트레이닝을 거쳐 드세이는 무대에 다시 섰다. 그토록 잘 부르던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같이 초고음을 자랑하는 몇몇 작품은 과감히 버렸다.

그러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비롯한 벨 칸토 레퍼토리를 왕성하게 노래했고,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 마스네 ‘마농’,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레퍼토리로 추가했다. 특히 2009년 산타페에서 출연한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남편인 프랑스 베이스바리톤 로랑 나우리가 제르몽으로 분해 화제가 됐다.

2009년에는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그해엔 뉴욕 메트에서 ‘몽유병의 여인’을 노래했는데, 조운 서덜랜드가 주연을 맡았던 1963년 프로덕션 이후 최초의 뉴 프로덕션이었다. 이제 그녀의 오페라 무대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2012년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공연을 취소한 그녀는 2015년 이후 오페라 출연을 쉬겠다고 선언했다.

그녀가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대망의 첫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클라라 슈만, 브람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풀랑,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등의 가곡과 그녀의 장기인 들리브 ‘라크메’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독주곡과 협주곡 실내악 외에 크리스타 루드비히, 안젤리카 키르히슐라거 등 성악가들의 반주에 탁월한 피아니스트인 필립 카사르와 함께한다.

발레리나·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목소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화려한 스타덤에 올랐던 드세이. 종양수술과 좌절, 보컬 트레이닝을 거친 그녀가 들려줄 인생의 노래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그 노래에서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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