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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성호의 현문우답

예수의 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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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백성호 기자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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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풍경1 : 시끌시끌했습니다. 2년 전 하버드대 캐런 킹 교수가 ‘예수의 아내’를 언급한 고대 파피루스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논란이 거셌습니다. 하버드대와 MIT 교수 등이 분석 작업을 했습니다. 지난주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파피루스가 고대에 작성된 게 맞다. 4~8세기에 사용된 파피루스·잉크와 일치한다.’ 이를 발표한 과학자들은 “그렇다고 이 문서가 역사적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대 이집트 콥트어로 된 명함 크기의 이 문서에는 ‘예수가 말했다. 나의 아내…그녀는 내 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풍경2 :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69년 전에 ‘도마복음’이 발견됐습니다. 이 문서는 예수의 말을 빌려 ‘아버지의 나라는 하늘에 있지 않다. 그럼 공중을 나는 새가 먼저 닿을 것이다. 바다에도 있지 않다. 그럼 물속의 물고기가 먼저 닿을 것이다. 아버지 나라는 네 안에 있고, 네 밖에 있다’고 말합니다. 천국이 하늘에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파격입니다. 사실 적지 않은 그리스도교인이 ‘도마복음’을 불편하게 여깁니다. ‘이단의 문서’로 못박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영성가들은 ‘도마복음’에 담긴 영적인 깊이와 울림을 아주 높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풍경3 : 2006년 영화 ‘다빈치 코드’의 개봉에 맞춰 ‘유다복음’이 공개됐습니다. 1970년 이집트의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문서를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번역해 공개했습니다. 예수와 유다가 주고받는 대화입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유다의 배신이 ‘예수에 의해 계획된 배신’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소설을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에 대한 논란도 컸습니다.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고, 자식도 있었다는 가설을 쫓아가는 내용이니까요.

 간혹 터져나오는 ‘불편한 복음서’는 늘 이슈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탄의 음모’‘이단의 모략’이라며 분개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세계적인 수퍼스타 예수의 스캔들’이란 가십거리로 읽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만약 화가 났다면 왜 그랬을까요. 또 눈길이 팍 꽂힐 만큼 재미가 있었다면 왜 그랬을까요. 가만히 짚어봅니다. 그건 우리가 ‘예수의 겉모습’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빈치 코드’에선 예수의 아내, 예수의 자식, 예수의 후손을 쫓아서 달려갑니다. 예수의 핏줄을 찾으려고 무진장 애를 씁니다. 저는 참 궁금합니다. 설사 그걸 찾는다 해도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요.

 어디 따져볼까요. 예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 오직 이걸 위해 그리스도교가 존재합니다. 왜냐고요? 그걸 통해 나와 그리스도가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예수가 말한 ‘내 안’은 어디일까요. ‘총각 예수’의 내 안일까요, 아니면 ‘유부남 예수’의 내 안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총각이냐, 유부남이냐는 ‘예수의 겉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 우리가 거할 곳은 예수의 껍데기가 아니라 예수의 본질입니다. 그 본질이 뭐냐고요? 하느님(하나님)의 속성입니다. 첫 인간인 아담을 빚을 때 본떴다는 ‘하느님의 형상(Image of God)’이 바로 하느님의 속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예수의 후손을 찾아 세상을 뒤지고 다닌다는 ‘다빈치 코드’의 설정이 우스울 뿐입니다. 왜냐고요? 여러분과 제가 바로 신의 속성을 공유했던 아담의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 안에 있습니다. 선악과 이후의 아담도, 선악과 이전의 아담도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의 십자가를 통해 선악과 이전의 아담을 회복할 뿐입니다. 예수의 아내, 만약 있었다면 당신이 거할 곳이 달라지나요.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