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진 모 후계체제|화국봉 중공 당 주석 임명의 뜻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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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 당이 모택동의 후계로 화국봉을 주석에 순조롭게 조기 선출한 것은 내우외환의 시기에 지도층의 단결을 과시하면서 모택동의 유훈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결의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의 승진은 단기적으로 모사후의 계승문제를 일단 마무리 지었다는 뜻 뿐만 아니라 널리 예상되어온 강·수 파문의 심각한 권력 투쟁설에 종지부를 찍고 화를 정점으로 한 강경파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모사 후 군부가 권력향방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리 라던 많은 중공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군이 당의 지도하에 길들여져 있음을 시사한다.
화가 모의 사망 직전인 지난 8월1일 건군 기념일에 당 군사 위 부주석으로 부장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화가 군의 장악은 물론 모 후계를 굳힌 것으로 이미 판단했었다.
화는 지난4월 천안문 사건 후 수상에 정식 임명되었고 죽은 주은래 조차 누려보지 못했던 당 제1부주석에 임명되었기 때문이었다.
10일 배경에 나붙은 대자보가 화의 승진이 모에 의해 이미 결정되었던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배경과 상해의 대자보가 동시에 화의 승진을 알린 것 등은 중공 당 지도부가 모의 임종을 앞두고 화의 승계문제를 이미 정비해 놓았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화의 조기승진은 장기적인 지도체제의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제2천안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소련의 간섭을 봉쇄하고 경제건설과 계급투쟁을 심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화의 주석승진이 공식발표 되지 않은 사실에서 문혁파가 화의 주석승진을 기정 사실화 시키기 위해서 대자보의 활용과 같은 비공식적 방법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대북의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전국 인민대표 대회 상무위나 당 중앙위 등의 개최가 불분명하고 모·수파 간의 권력투쟁이 심각하다는 논거에서 빚어진 것이다.
그러나 9일 신화사 통신은 당 중앙 위·당 군사위·전인대상무위·국무원 등이 모택동 저작 전집을 편찬하기로 결의했다고 하여 주석선출에 필요한 여러 기관의 회의가 이미 소집됐음을 간접적으로 알렸기 때문에 여북 소식통의 풀이는 근거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화가 수상도 겸직할 것인지 또 주은래· 주덕· 강생· 동필무 등의 사망에 따른 정치국원 공석을 어떤 인물로 채울 것인지가 밝혀짐에 따라 화의 체제의 성격이 더 분명해 질 것 같다.
또 대외문제는 물론 제1의 공적으로 떠오른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군의 근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직업 군인들의 주장을 처리함에 있어서 화가 취할 정책으로 그의 성향도 드러날 것이다.
모 사후 청해성 지도자들이 국민경제 향상을 주장한 것처럼 이러한 국민들의 욕구를 어떻게 대처하면서 단결과 계급투쟁을 병행시켜 나아가느냐는 중요한 문제 등은 화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산적한 난제들에 대한 화의 대응과 중공의 진로는 우선 당정치국 원의 인선과정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이지만 오랫동안 실무에 종사해온 총건파 인사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아무튼 중공이 화를 주석으로 선출함으로써 지도체제의 외형상의 공백기는 넘겼으나 화가 모택동의 이념적 계승이라는 보다 실질적인 측면은 계속 숙제로 남아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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