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급락은 일시 조정 … 고령화로 헬스케어 상승 여력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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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7일 방한한 섹토리얼자산운용의 제롬 펀드(가운데) 대표는 “고령화 때문에 헬스케어 업종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화자산운용]

지난해 헬스케어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계적인 제약업체와 바이오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미국 증시가 크게 오른 덕분이다. 특히 주요 생명공학 기업들이 속해 있는 나스닥 바이오테크 지수는 지난해 65% 상승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부담에 정부의 추가 규제 우려가 겹치면서 나스닥 바이오테크 지수는 고점(2월 25일) 대비 18% 하락했다. 헬스케어펀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헬스케어펀드인 한화글로벌헬스케어펀드는 지난해 34% 수익을 냈다. 그러나 최근 1개월 동안에는 4.2%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일부에선 2000년 IT와 바이오주(株)가 폭락하면서 시작됐던 ‘IT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도 헬스케어 업종에 투자해도 되는 걸까. 마침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한화자산운용 초청으로 17일 한국을 찾은 섹토리얼자산운용의 제롬 펀드(Pfund) 대표다. 그는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에 계속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2000년 설립된 섹토리얼자산운용은 캐나다의 헬스케어 전문운용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버블 논란을 어떻게 보나.

 “몇몇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버블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헬스케어 업종 전체에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는 없다. 1999~2000년 IT버블 때와 비교해보자. 당시에는 바이오업체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신약에 대한 기대와 꿈만으로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매년 600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일시적인 조정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헬스케어업종은 크게 제약·복제약·바이오·의료기술 네 분야로 나뉜다. 제약을 뺀 나머지 분야는 2015년까지 연 10~25%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산업 중에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업종은 없다. 역사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24년 동안 미국의 S&P500지수는 774% 올랐다. 같은 기간 S&P 헬스케어업종지수는 1300% 상승했다. 지금 주가가 싼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 헬스케어 업종의 장점은.

 “다른 산업과 달리 경기사이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거나 불황이 와도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변동성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헬스케어는 이제 ‘니치 마켓(Niche market·규모가 작은 틈새 시장)’이 아니라 필수 소비재로 봐야 한다.”

 - 장기 성장 가능성은.

 “전 세계적으로 만 65세를 넘는 노령 인구는 2010년 5억3000만 명에서 2040년엔 13억 명까지 늘어난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환자도 늘어날 거라는 뜻이다. 신흥국에서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었지만 앞으로는 신흥국으로 중심이 옮겨갈 거다.”

 -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 전망은.

 “한국의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7% 정도다.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보다 낮은 수준인데 고령화 속도가 빨라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우리도 한국의 유전공학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 기대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

 “연 10~15%를 예상한다. 미국의 경우 헬스케어 업종 주가는 연평균 10% 이상 상승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2002년 이후 벤치마크(MSCI 세계 헬스케어 지수) 대비 연 4%포인트 정도 초과수익을 내고 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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