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위협하는 유행성 출혈 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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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추수기 급성전염병인 유행성 출혈 열 환자가 올 들어 경북 상주에서 처음 발생, 농사일에 바쁜 농민과 가을철 등산객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동란 중「유엔」군에서 집단 발병(51년) 한 이 병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병지역이 전국으로 확산, 토착화되어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뇌염·장「티푸스」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피해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은 이 때문에 이 병을 법정전염병(2종)으로 지정키 위해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으며 전국에 발병주의보를 내려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방역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첫 환자가 경기·강원 등 휴전선근처가 아닌 영남의 경북지방에서 발생, 북상할 기세를 보여 피해자가 크게 늘어나 그 발병지역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행성 출혈 열은 들쥐에 기생하는 병원체(바이러스)가 전염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아직도 정확한 병원체와 전염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올 들어 고려대 의대「바이러스」병 연구소 이호왕 박사「팀」이 등 줄쥐에서 병원체를 발견하는데 성공,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실효 있는 방역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행성출혈열의 발병시기는 가을철과 초겨울철인 10∼12월 사이. 주 유행기인 이기간에 연간 총 환자의 78%가 발병하며 소 유행기인 5, 6월에는 불과 1%가 발병할 뿐이다. 이 때문에 이 병을「추수기병」으로 부른다.
증세는 ①발열 기 ②저혈압 기 ③감뇨기 ④이뇨기 ⑤회복기 등 5 단계로 나누어 나타난다.
초발 단계인 발열 기(5∼6일간)에는 갑자기 40도 이상의 높은 열이 나고 두통이 심해지며 입천장·겨드랑·가슴 등 압박 받기 쉬운 부위에 점상 출혈 반이 생긴다.
2단계인 저 혈압 기(2일간)에는 열이 내리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혼수상태에 빠지고 심한 경우엔 정상 출혈이 심해 코피가 나는 일이 많다. 3단계 감뇨기(4일간)에는 소변 량이 적어지며 4단계 이뇨기(2주간)에는 소변 량이 점점 늘어나 심한 경우 탈수상태에 빠지는 수도 있으며 이때 숨지는 환자가 많다.
회복기 (1개월)에는 모든 증상이 차차 좋아지면서 건강을 회복한다.
치료 방법은 대증 요법이 있을 뿐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치사율은 6∼7%.
환자의 연령은 21∼50세의 청장년이 68∼75%를 차지하고 10세 미만 및 70세 이상의 노년층에는 발병치 않는 것이 특징.
또 농촌이나 야산지대에서만 발병, 도시에서는 발병치 않는다. 71년에 서울에서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으나 그 환자가 발병하기 전 등산했던 것으로 밝혀졌었다.
지역적 발생상황은 6·25때 철의 삼각지대인 원 발생지역에서 태백산맥을 끼고 계속 남하, 70년대부터는 강원, 경기, 서울, 충남·북, 경남·북 등 전국으로 번졌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지역 1백11명, 충북 25명, 정원9명, 경북7명, 전남1명 등 모두 1백53명의환자가 발생했다.
이병의 예방책은 들쥐를 잡는 것. 가을철 논·밭이나 숲에서 피부를 노출치 않아야 하고 침구나 의류 등을 잔디나 나무에 말리지 말아야 한다.
또 집 주위의 잡초를 제거하고 잔디 위에 드러눕거나 잠자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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