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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이렇게 발견했다|김병각<세균학·서울대 약대교수>|3백주 맞아 살펴본「레이번후크」의 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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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구상에 동·식물이 존재한 것은 수십억년 전으로 처음부터 인간은 동·식물의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부터 존재했던 세균은 겨우 3백년 전에「아마추어」생물학「안튼·반·레이번후크」(1632∼1723)에 의해 그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오는 9일은「레이번후크」가「미소동물」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세균을 1676년 당시 최고학술단체인「런던」왕립학회에 공식으로 보고, 세균의 존재를 세계학계에 알린 날이다.
「레이번후크」는 본래「네덜란드」의 직물상으로 한 때는 시청직원도 지냈고 수학적 두뇌를 인정받아 도량형기 검사관도 했었다.
체계적인 과학교육이나 학술어인「라틴」어도 알지 못하는 범인이었다. 당시 직물은 모두 천연섬유였기 때문에 직물상인들은 옷이 상해도 그 이유는 모르고 상한부분을 확대경으로 확인, 절단하기만 했었다. 「레이번후크」도 유리를 갈아 더 좋은 확대경을 만들기 위해 오늘날 현미경의 원리와 비슷한 원시적인 현미경을 만들었다. 이때 그가 만든 현미경은 보잘 것 없는 2백70배정도의 확대력을 가진 것이었다.
이것으로는 l.4「미크론」(1「미크론」은 l천 분의 l㎜)의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현미경은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더 우수한 발명품이 없을 정도로 당시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의 나이 39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현미경을 사용, 닥치는 대로 물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3년 후「미소동물」로 이름 붙인 세균을 처음 발견했던 것이다.
세균을 처음 발견했을 때「레이번후크」는 물론 당시의 생물학자들도 이「미소동물」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 몰랐다.
따라서『이 같은 미소동물이 병원균의 한 종류라는 사실은 지금부터 1백년 전「로버트·코흐」(결핵균의 발견자)가 탄저균을 발견하고 나면서 부터였다. 따라서「레이번후크」가 얼마나 빨리 세균을 찾아냈는지 알 수 있다. 2백년이나 뒤늦게 세균 중에 병원균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레이번후크」가 세균의 발견방법과 그가 고안한 현미경을 세상에 전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도 학문의 폐쇄성이 얼마나 인류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다. 「레이번후크」는 세균을 찾아낸 후 계속해서「런던」왕립학회에 30여통의 편지를 통해 새 사실을 보고했다. 이중 1665년 생물학자「말피기」가 지방입자로 오해한 모세혈관 속의 입자를「레이번후크」는 1674년 적혈구(붉은 피톨)로 첫 발견, 보고를 했다. 그는「아마추어」로서 관찰을 했기 때문에 「말피기」의 입자발견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한편「레이번후크」는 정자의 확실한 존재를 확인한 첫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생존시 40여년 동안 메뚜기·모기 등 마디발(절족)동물·어류·연체동물, 개구리·뱀 등의 양서류, 조류의 정자를 처음으로 관찰했다.
그의 업적은 생전에 전문학자들에게 인정돼 1680년「런던」왕립학회 정회원, 1699년「파리」과학「아카데미」통신회원이 되었다.
세균발견 3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미「펜실베이니아」대학「카시다」박사(미생물학)는「레이번후크」의 현미경과 같은 배율의 다른 현미경을 사용, 그가 비밀로 했던 관찰방법을 찾아냈다.
암시야 조사 법으로 알려진 이 방법은 어두운 공간에 빛을 통과시켜 빛이 닿는 부분에 관찰하려는 시료를 놓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이었다. 생물학계에서는 미국의「벤저민·프랭클린」「아마추어」로서 피뢰침을 발명한 것처럼 과학사상「레이번후크」의 세균발견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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