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된 배에서 문자 "기술적으로 힘들지만 불가능은 아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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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진 가운데 ‘배 안에 갇혀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와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행방불명자 가족과 국민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허위 주장으로 밝혀져 오히려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55쯤 한 남성이 세월호에 갇혀있다면서 구조요청을 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인에게 발송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박모(40ㆍ여)씨는 “아는 남자가 ‘세월호에 갇혀 있으니 살려달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위치추적을 벌인 결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곳이 사고가 난 진도 해안이 아니라 수원시 장안구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 남성은 장안구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에 “아는 여자한테 장난으로 카카오톡을 보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유가족을 아프게 하고 수색에 혼선을 주는 허위 신고에 대해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침몰한 배 안에서 생존자가 휴대전화와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확인 안 된 소식이 퍼지고 있다.
16일 자정 무렵에는 세월호 선체에서 ‘살아 있다’는 카카오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신고가 목표 해경에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에선 승선원 명부에 해당 이름이 없어 사실이 아닌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동통신 전문가들은 물 속에서 물 밖으로 휴대전화에 의한 통화가 가능해지려면 ^휴대전화가 물에 젖지 않아야하고 수심 2~3m 이내에서 통화를 해야하며^전파가 전달될 수 있을 만큼 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구조물의 두께가 얇아야한다고 지적한다. 물속은 지상의 대기와 달리 굴절이나 반사가 심해 통신을 하기 힘들다. 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 일부에 갇혀 있는 현상인 ‘에어 포켓’이 만들어지더라도 안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통신이 될 수도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힘들 수 있어도 기적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 통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SNS 내용이 허위로 판명되면 유포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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