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집|최완수 편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추사 김정희가 죽은 지 금년으로 꼭 1백10년이 되지만 지금도 그의 작품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애호가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그 예술의 진수가 이해되고 모 학문적으로 연구되어 가고 있는가 하는 점에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사예술이 미술사가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나아가서 지식인 일반에게도 보다 깊게 이해되기 위해서는 우리예술사전반의 연구 수준이 향상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우선 그의 예술론이 지식인 일반에게 쉽게 읽혀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 있어서 『추사집』의 번역 출판은 하나의 계기를 이루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사가의 눈으로 보아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첫째, 초역 이지만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번역대상을 잘 고른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따라서 서론과 화론의 내용이 풍부하다. 둘째, 주가 비교적 풍부하게 또 성실하게 달려있어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읽기에도 거의 불편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된다.
근래 옛 문헌의 번역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주역이 아니어서 이 사업의 효과를 예감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 추사집 번역은 학계의 수확으로 평가된다. 성실한 주역이어야만 오역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셋째, 번역자도 밝힌 바와 같이 이 초역본이 추사의 예술론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서·화·금석에 관계 된 글을 주로 실었지만, 그의 사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학 및 불구 관계 글도 넣었고 또 그의「인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서간문류도 싣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초역 추사집이 이 예술집과 사상 집으로 완전히 나눠져서 한층 더 철저히 다루어졌으면 한다. 서간문 같은 것도 두 분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항상 역사 속에서 살고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추사의 예술도 역사성을 바탕으로 하여 다시 이해돼야 할 것이다. 편자는 미술사 전공으로 서울대 강사.
강만길 <한국사·고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