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넘은 사랑의 메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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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명의 불꽃이 가물거리는 한 사형수가 현신적인 인간애로 동료재소자들을 보살펴주면서 좁은 감방에 사랑의 꽃을 피우자 이에 감화된동료 22명이 사형수의 구명운동에 나섰다.
집행유예 또는 단기형을 복역하고 출소한 이들은 지난 4월26일 선회(회장박희대·52)라는 구명단체를 조직, 그동안 여러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시인 구상씨와 국회 박찬종의원, 변호사 김종호씨 (38·대구시동구범어동13),화원성당금동환신부,성 「베네딕드」수녀회 이「티시야」수녀(35) 등 5명을 명예회원으로 추대, 15일하오 대구시동구신암동302 성 「베네딕도」수녀원에서 다시 모임을 갖고 이 모범사형수의 구명에 따른 재심청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구명운동의 주인공은 대구교도소 재소자들로부터 구세주로 불리는 마산구멍가게
노파살인강도사건의 주범인 수형번호 517번 박은석(26·경기도안성군안성읍옥천동12).
그는1심과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마땅히 죄갚음을 해야한다』며 상고릍 포기한채 현재 사형집행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흔히 사형수는 감방의 터주대감으로, 동료재소자의 차입금이나 차입물을 가로채는가 하면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기 일쑤.
그러나 박씨는 『하루 한가지씩 착한 일을 하라』며 사형(사형)과「린치」가 행하는 신입신고대신 동료재소자들을 향해『이 사랑의 방에 형제가 왔으니 이웃사랑으로 회개하며 살아가라』고 타일러주곤 했다.
고아로 자란 그는 면회한번 오는사람 없는 가난한 재소자들에게 옷과 양말을 벗어주고 배고픈 소년수에게 자신의 밥을 주는등 추운 겨울을 푸른 수의만 걸친채 맨발로 지내기 일쑤였다는것.
겨우 4평남짓한 감방에 25∼27명씩 수용돼 잠을 제대로 잘수 없을 때 박씨는 으례 『나는 곧 죽을 사람이니 잠못자면 어떻겠느냐. 여러 형제들은 소중히 건강을 지켜 부디 사회에나가 좋은 일을 해달라』며 한쪽구석에서 새우잠을 청하기도 했다는 것이 동료죄수들의 얘기다.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이수녀는 박씨를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지게하는것이 너무나 안타까와 이문희주교를 찾아가『구명의 길이 없느냐』고 호소하고 박씨에게도·재심청구를 권유했으나 『선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루 빨리 죽는 길뿐』 이라며 거절하다가 김변호사와 이수녀가 끈질기게 설득시켜 지난7일 비로소 선임계를 받는데 성꽁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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