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특허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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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국 애플이 2차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에 2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2조1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입니다. 1차 소송 때 손해배상 요구 규모보다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당장 국내외 언론에서는 ‘애플이 특허괴물로 변신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11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특허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IV)에 자금을 투자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특허소송을 차단하고 해당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특허괴물이란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y)를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NPE란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매입한 뒤 특허료를 받거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회사를 말합니다. NPE 스스로는 보유한 특허를 적용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허는 발명한 것에 대해 배타적 독점권을 가지는 것입니다. 특허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소송을 통해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민·형사상의 책임도 물을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 특허지만 NPE의 경우 특허 자체를 돈벌이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괴물’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붙은 겁니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불황으로 경영난에 빠진 제조업체가 늘면서 이들로부터 특허를 사들이는 NPE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NPE는 전 세계적으로 1500개 사가 넘었으며, 대부분이 미국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삼성-구글-시스코의 삼각 특허동맹에서 보듯 소송에 맞서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허소송만으로 살아가는 NPE가 많아지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정상적인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특허괴물의 무분별한 소송을 제재할 수 있는 행정명령과 입법권고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하원도 지난해 12월 특허괴물 규제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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