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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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의 어느 기자는 중공사회를 『파란 개미 떼』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파란 옷을 입은 무수한 중공 사람들이 장대한 공공 시설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꼭 개미떼의 움직임과 같다는 것이다.
이 푸른 작업복을 입은 개미 떼를 부리면서 반세기 가까이나 8억의 중공 인민 위에 군림해오던 모택동이 드디어 갔다.
모택동의 마력은 두리뭉수리처럼 종잡을 수 없는데 있었다고나 할까. 젊은 시절의 모택동을 옛 동지는 이렇게 묘사했었다.- 『그의 용모는 일부에서 말하듯이 괴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려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뜯어봐도 그저 평범하기만 했다. 얼굴은 좀 큰 편이지만 눈은 크지 않고 또 날카롭지도 않다. 코는 납작코로 전형적인 중국인 코였다.
다만 입은 작고, 웃으면 새하얀 결이 고운 이(치)들이 매력적이었다. 그 웃음을 보면 아무도 그를 불성실하다고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걸음걸이는 좀 안장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모습이 꼭 거위를 닮았다. 말하는 투도 조금도 유창하지 않았다….』
그러나 8억의 개미떼들을 이끌려면 이런 두리뭉수리형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장사 제1사범의 3학년 때였다. 때마침 패주 중의 군벌군이 장사에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이를 막기 위해 학생군이 조직되었을 때, 모택동은 어느 사이엔가 대장이 되었다. 학생들에게는 목총 밖에 없었다. 그러자 모택동은 무장경관 수명의 응원을 청하고 이들을 적의 눈에 띠는 곳에 배치시켰다.
이윽고 군벌군이 몰려왔다. 모택동은 무장경관들에게 발포를 명령했다. 동시에 학생들에겐 딱총을 쏘아 요란한 소리를 내게 했다.
군벌군은 뜻하지 않던 이 기습에 놀라 무기를 버리고 도주했다. 그러자 모는 이 무기들을 줍게 하여 이것으로 학생군을 무장시켰다.
모택동의 두리뭉수리와 같은 외모 뒤에 사실은 이처럼 너구리와 같은 노괴한 꾀가 감춰지고 있었다.
중국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8억 인구의 개미왕국이 근30년이나 갈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뭣 보다도 모택동의 노련한 지도력 때문이었다.
적진아퇴, 적퇴아진. - 이것은 국부군과의 싸움 속에서 그가 터득한 전술이었지만 정치에서도 그 전략이 적용되었었다. 이른바 문화대혁명의 어려운 고비를 용케 넘긴 것도 이렇듯 물러서는 듯 하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유연한 정치수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택동도 갔다. 개미왕국은 너무나 오랫동안 모택동의 그늘 밑에 있었다. 따라서 그가 남긴 공백을 아무도 메울 수 없다는데서 중공이 앞으로 겪을 격심한 진통을 예상 할 수 있다.
그의 후계자들은 이른바 「노·중·청」의 결합을 말하고 있지만, 지금 중공의 지도체제는 너무나도 경화증세를 보여주고 있다. 불안한 것은 8억의 푸른 개미떼들 자신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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