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내·동경의남편「TV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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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1년간이나 소식이 끊겼던 일본 동경에 있는 재일동포 김영섭씨(68)가 서울에 있는 아내 박봉이씨(68·서울서대문구진관외동175의25) 등 가족들과 화면을 통해 감격의 상봉을 했다.
31일 상오9시 서울 중구 필동「코리아·하우스」에서 한일간 위성중계로 생방송된 일본 NET-TV 『서울의 아침』「프로」를 통해 화면을 반씩 갈라 31년만에 얼굴을 마주본 노부부는 순간 감전이나 된 듯 눈을 크게 뜨고는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참만에 서울의 아내가 안경 속으로 눈물을 닦아내며『건재하셨군요. 삼십 몇 해 동안 어느 하늘 아래서…』흐느낌 속에 말을 꺼내자 눈물이 괸 동경의 남편은『여보, 미안하오』하는 한마디밖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클로스업」된 화면 속에서 얼굴에 심한 경련이 인 듯 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이때 일본측「아나운서」가 서울서 보낸 빛 바랜 김씨 일가의 가족사진을 보이자 김씨는 두 아들을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떨리는 손으로 감싸 쥐었고 서울과 동경의 김씨 일가는 이때까지 억지로 참았던 울음을 일제히 터뜨렸으며 옆에 있던 일본의「아나운저」·「스태프」들까지도 흐르는 눈물을 닦을 줄 모르고 있었다.
김씨는 재일동포 추석성묘단에 참가. 모국을 찾고 서울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NET-TV를 통해 호소한 것으로 당국은 김씨를 추석성묘단의 일원으로 초청, 가족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주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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