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총 강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에서는 은행강도사건이 5일에 한 건 꼴로 일어난다. 그러나 수지가 맞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강도들이 은행에서 터는 돈은 평균 2천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비겨 위험부담(?)은 엄청나게 크다.
은행강도는 잡히는 율이 85%를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은행이나 정밀한 카메라와 비디오 장치를 갖고 있다.
이 장치 가운데는 밤에도 찍히는 적외선 카메라도 들어 있다. 물론 은행측의 예산으로 설치되는 게 보통이지만 경찰당국이 사주는 경우도 있다.
이래서 미국에서는『텔리비젼은 형사 물로 시청률을 올리고. 경찰은 텔리비젼으로 점수를 딴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렇듯 어김없이 잡히는 게 은행강도이기 때문에 굳이 강도를 은행 안에서 잡으려 하지를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강도는 굳이 총을 쏘지 않고서도 은행을 털고 도망치기까지는 매우 쉽게 되어 있다. 미국에서 은행강도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도 이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몇 해 전에 미네소타주의 한 은행을 백중에 턴 강도가 있었다. 뒤에 알고 보니 그때 은행원을 위협한 권총은 장난감이었다.
그는 곧 잡히고 가벼운 유죄판결을 받았다. 흉기가 장난감 권총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는 5명에 한 명 꼴로 피스톨이 보급되어 있다. 따라서 2분마다 한번씩 총기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속에서 장난감 권총을 썼다는 게 재판관의 호감(?) 을 샀던 게 틀림없다.
엊그제 제일은행 남대문지점에서 1백30여 만원을 털었던 3인조 강도들도 장난감 권총이 아니면 경기신호용 권총을 썼으리라는 얘기다.
경찰의 추정에 따르면 범인들이 쏘아 댄 것은 실탄이 아니라 경기신호용 딱총화약이었다.
그렇다고 이번 제일은행 강도들이 인명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
일전에 식도를 들고 강도행위를 했던 한 범인에 대하여 대법원이 이레의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식도란 특수강도가 될 만큼 위협적인 것이 못된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강도와 특수강도와는 형량에 있어 크게 달라진다. 이런 것을 노리고 장난감 권총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진짜 권총을 얻지 못해서였을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옳겠다.
만약에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권총이 흔하다면? 그렇다면 꼬리를 이어 은행강도사건들이 일어날 것만 같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미국 은행처럼 비디오 장치가 없다.
더욱 잡히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잖아도 최근에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각종 잔인한 강도사건들이다.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빨리 범인들이 잡혔으면 좋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