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이직 계속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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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은행원들의 이직이 계속 늘어 7월말 현재 6백 명 선을 넘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해 한해동안의 이직자 수보다도 많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은행원들의 대량이직이 던질 파문을 우려, 각 금융기관에 전직 및 퇴직자 수를 밝히지 말라고 지시했고 따라서 금융노조는 올해 이직자 수도 아직 모르는 가운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은행원의 이직은 금융기관이 옛날에는 좋은 직장으로 손꼽혔으나 최근 금융서정쇄신 등으로 대우가 나빠진데 비해 각 기업은 경제성장으로 급여수준이 훨씬 높아지고 승진기회도 많아지는 등 장래성이 크게 기대됨에 따라 나타나는 은행원의 사기 저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직자의 대부분은 봉급수준이 높은 대기업이나 상당한 수준의 외환지식이 필요한 무역상사 등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 전입이 가장 많은 곳은 증권업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7월말 현재 증권관계기관 직원 3천2백 여명 가운데 금융계 출신 임원 급·책임자급이 1백70 여 명으로 전체의 6·2%나 된다.
업계에서는 업무의 효율적 추진과 공신력 제고에 있어서 은행원출신을 환영, 근무경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은행원들의 전직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다.
금융노조는 이에 대해『은행원들의 이직이 많다는 건 그만큼 근로조건이 나쁘다는 증거다. 노조는 그 개선에 애쓰고 있으나 힘의 한계를 느껴 시일을 두고 해결해야 할 일로 대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각 은행간부들은『보충을 하려고 신입사원을 뽑아도 옛날같이 일류대학 졸업생들은 오지 않아 당장 은행기능 수행에 차질이 올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서는 대형 은행창구사고가 빈발할 여지마저 없지 않다고 뜻 있는 금융 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한편 5개 시은은 모자라는 일손을 메우는 응급조치로 예년의 두 배쯤 되는 1천2백 명 정도의 여 행원들을 채용할 계획.
상 은은 이미 지난 1일자로 채용시험을 실시, 2백50명을 뽑았고, 제일·한일 은은 각각 2백 명씩 뽑는 시험을 지난 13일에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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