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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방」은 많건만…표류 석달째의 신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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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이 아니라 신음하며 고민하는 「신민당」』 (김원만 의원 표현)이라는 자조 속에 신민당은 수습의 「묘안」만 무성할 뿐 정작 수습의 진전은 없이 지향없는 표류를 석달째 계속하고 있다.
정기 국회 개회를 불과 1개월여 앞두고서도 각 파는 다투어 「정기 국회 이전 수습 전망 대회」를 입으로만 고창 하면서 실제 이를 위한 어떠한 구체적 행동도 양보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에 치우친 수습 원칙과 「묘안」이 오갔을 뿐 수습 전당 대회의 전망은 여전히 감감한 상태다.

<이 대행은 과잉 접촉>
이 대행의 과도 체제 구상은 일종의 장점 휴전론.
주류·비주류간의 가장 큰 쟁점인 김영삼씨 인책론과 당권 문제는 내년 봄의 정기 전당 대회로 미루고 이번에는 수습을 위한 임시 대회를 열어 6개월 정도의 단명과도 해제를 만들자는 구상.
과도 체제의 구체적인 구성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대행이 김원만 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얘기로는 △당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 전원을 공동 대표로 선관위에 등록하고 △대표 최고 위원은 윤번제로 매월 돌아가며 맡도록 하고 △최고위원·정무위원 등은 각 파에 안배한다는 「아이디어」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과도 체제가 잠정적으로 김영삼씨 퇴진을 의미하며 김씨 인책론의 단순한 연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주류는 『시한 폭탄을 제거하고 나가야지, 안고 나가자는 말이냐』『향만 (이 대행의 아호)이 과잉 접촉을 한다』는 등 비판을 했다.
비주류는 비주류대로 과도 체제를 대행 체제의 연장이라 보고 『자기 앞에 큰상 차리라는 얘기』 (이철승 의원)라고 몰아세웠다. 중도계도 모임을 갖고 검토한 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부정. 『그 자체가 나의 수습 방안은 아니다』고 이 대행도 해명했지만 그의 과도 체제 구상은 발설 3일만에 4면 공격을 받아 끝장이 난 느낌이다.

<서로 추문 들추는 일도>
과도 체제를 반대한 각 파에 별달리 뾰족한 수습 방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주류는 10인 수습위에서 합의한 집단 지도 체제 당헌을 토대로 전당 대회를 열어 당수와 최고 위원 선거로 모든 문제를 매듭짓자는 일관된 주장이다.
비주류는 공식적으로는 5파 대표의 공동 성명을 통해 「김영삼씨 인책 문제에 대한 토론」을 선행 조건으로 한 표 대결을 내세우고 있으나 바탕에는 「김씨 인책 관철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토론」 주창은 무조건 인책론에서 「신임 투표」론으로, 그후 다시「책임문제 토론」으로 완화돼 비주류의 공식 안이 됐다.
「토론」 제의가 있은 후 우파의 감정은 더욱 격해져 서로 「스캔들」을 캐는 일조차 일어나고 있는 실정.

<인책론은 너무 각박>
그러나 비주류 측에서 들고 나오는 김씨 퇴진론에 대해 주류 사람들은 몇가지 점을 들어 퇴진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 골자는 △김씨의 퇴진은 곧 그의 영원한 정계 은퇴를 결과한다 △당원들과 대의원들 사이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기 때문에 김씨도 자신의 거취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것 등.
비주류 일부에서 『「대표」는 할 생각 말고 최고위원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엔 『대의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을 억지로 동렬에 놓으면 무리가 생긴다』고 불가론.
퇴진 주장에는 당사자인 김씨 스스로가 어불성설임을 밝힌 바도 있다.
김씨는 비주류 대표인 김원만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선관위의 해석이 내렸을 때도 주류의 많은 사람들이 구속력이 없는 해석이기 때문에 물러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지만 나는 책임을 느끼고 일단 총재직을 사임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또 물러가라느니 사과하라느니 하는 것은 너무 각박하다』고 김 의원의 살신성인 종용을 거부했다.

<5인중 3인 당수 각>
표 대결을 하게 되면 비주류 측은 누구를 당수 후보로 내세우느냐에 대해선 아직 기본 전략을 세워놓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가 잘못 풀리면 비주류 연합 전선에 금갈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하는 김원만 정해영 이철승 고흥문 신도환 의원 등 비주류 「보스」들은 발설조차 「터부」시 해왔다. 가까스로 13일부터 공식 회의에서 이 얘기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어느 「보스」가 13일 열린 비주류 수습 위원들과의 연석 회의에서 『나는 안 나온다』고 전제한 뒤 『우리도 단일 후보를 내세우자』고 제의, 참석자들은 그렇게 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이중재 의원이 전했다. 5인 중 3사람은 끝내 생각이 있다 없다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
이 자리에선 김영삼씨가 끝내 대의원들의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나올 경우 「제3인물」을 옹립, 대결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가능성에는 다들 회의적 태도.
이들이 「제3인물」로 거론해 본 사람은 유진오 정일형 김의택씨 등 당 원문들.
그러나 △현민 (유진오씨)은 일찌기 그런데 생각이 없음을 밝힌 바 있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으며 △정일형 의원은 현재 원내에 있다는 장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명동사건」에 계류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고 △인엄 (김의택씨)은 주·비주류가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해 주지 않는 한 사양하겠다는 뜻을 밝힌데다 원외라는 약점이 있다는 분석을 비주류 스스로 가하고 있다.
결국 「보스」 5인중에서 뽑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비주류가 안고 있는 최대의 고민이다.

<중도 타협안에도 이견>
양파의 이런 대립 속에 이른바 중도계도 「양파 공존」을 바탕으로 하는 수습 방안을 마련 소속의원의 서명 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중도 내부에도 친 주류와 친 비주류의 색채가 엇갈려 수습 방안 확정까지는 「대회 강행론」이 있는가 하면 「양파의 사전 합의 유도론」도 있어 다소의 진통을 겪었다는 것. 중도 수습 방안은 최고위원을 먼저 뽑기로 해서 대표 최고위원을 먼저 선출하자는 주류안과 달라 최고위원이 많이 나올 비주류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도가 타협안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주류·비주류가 이를 쉽게 받아들인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당내 사정이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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