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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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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백의의 경건한 행렬이 먼지를 일으키며 움직이고 있었다. 순례와 같은 장엄한 행진이었다. 「간디」를 선두로 하여 80여명의 제자들이 인도 동해안 「단치히」를 향해 소금을 만들러 가는 길이었다.
이것은 1930년3월12일 영국정부가 소금에다 비싼 세금을 붙여 인도사람의 제염을 금지시키려는 정책에 저항한『사차그라하 운동』이다.
「간디」옹은 그때 민중에게 이렇게 외쳤다.『「단치히」로 가자!』-. 이 『소금행진』은 절제와 극기를 통한 자기실현의 한 고전적 귀감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러토리엄 대행진』이라는 것도 있었다. 1969년10월21일 「워싱턴」시의 의사당 앞 광장에는 무려 35만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월남전반대를 외치며 「워싱턴」기념탑을 향해 행진했다. 이 무렵 미국의 전역에서 1백만 명이 「모러토리엄」운동에 참가했었다.
「모러토리엄」은 원래 유예한다는 뜻. 따라서 미국의 월남정책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두자는 의도로 미국의 반전운동가들이 이런 행진을 벌인 것이다. 이 「모러토리엄」 운동은70년대 초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었다.
「사하라 대행진」은 바로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10월 하순 여자3만 명을 포함한 「모로코」35만 명이 평화행진을 시도한 것이다. 「모로코」국경의 「타르파야」지구에서 「사하라」의 수도 「엘아이움」까지 장장1백5km나되는 불모의 사막길. 「모로코」인들은 이 행진을 「그린·마치」라고 불렀다. 갈색의 사막에 「그린」(녹색)이라면 좀 이상하지만, 「모로코」인들은 그 빛깔을 희망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예언자 「모하메트」를 표현하는 「아랍」의 전통적인 빛깔도 역시 「그린」이다. 말하자면 「그린·마치」는 「희망의 대행진」이라는 뜻이다.
그 무렵 「모로코」의 「하산」(2세)왕은『어떤 이교도라도 「코란」경을 손에든 35만의 맨손시민에 총을 쏠 수는 없을 것이다』고 외쳤었다. 「이교도」란 서부 「사하라」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는 「스페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로코」는 90년간이나 분단되어있던 선조의 땅을 「스페인」으로부터 되돌려 받기 위해 「평화행진」으로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재일 「조선인민주화촉진연맹」은 부산∼신의주간의 한반도종단평화행진을 제의한바 있었다. 평화통일·38선 분쇄가 그 행진에 담긴 염원. 재일 동포 모국방문추진위원회는 그들의 뜻을 받아들여 입국을 환영할 것을 결의했다. 이 행진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민족 대행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새삼 민족의 뼈저린 비원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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