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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 LP판 찍다 우주관광 사업까지 … 상상을 현실로 만든 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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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보트로 대서양을 건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사람….

 영국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모험 이력이다. 그의 모험가적 기질은 기업가로서 더욱 두드러진다. 1984년 버진레코드라는 음반회사로 큰 성공을 거둔 브랜슨은 기존 메이저 항공업체의 가격과 서비스에 불만이 컸다. 결국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직접 항공기 한 대를 임차해 항공 사업에 진출했다.

 버진항공은 기존 항공사와 완전히 다른 좌석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비즈니스 클래스의 가격으로 퍼스트 클래스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퍼클래스(Upper Class)’, 이코노미 클래스의 가격으로 비즈니스 클래스의 서비스를 받는 ‘미드 클래스(Mid Class)’ 등이다. 기존 항공업계 관행에 반기를 든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흔히 볼 수 있는 승객 라운지나 이코노미 클래스의 비디오 시스템을 최초로 제공한 항공사도 버진항공이다. 기내 안마·미용 서비스, 비행기 안에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고객이 같은 값에 더 나은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버진항공은 브리티시항공을 위협하는 영국 제2의 항공사로 성장했다.

 브랜슨은 늘 세 가지 사업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는 혁신이다. 둘째는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대안을 찾고, 대안을 실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정신은 그가 창업한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됐다. 버진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400개의 관련 회사를 두고, 5만 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한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브랜슨의 도전은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2004년 그는 우주항공여행회사인 버진갤럭틱을 설립하면서 자신의 상상 속에 있던 우주관광 사업에 대한 구상을 전 세계에 발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우주선으로 110㎞ 상공까지 올라가 지구와 우주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여행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대부분이 이런 구상을 비웃었지만,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친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만 달러라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600명이 넘는 예약자를 받는 성과도 냈다. 브랜슨의 상상력과 도전은 비행기 티켓 가격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날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산업연구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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