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안정과 국민적 활기|대통령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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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4일 진해에서 반년여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외문제에 관해 폭넓게 소견을 개진했다. 회견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내용은 국가의 진로에 대한 장기적이고 대국적인 방향제시에서부터 당면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회견의 밑바탕을 흐르는 박대통령의 자신감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다.
그러한 자신감은 국내외 여건이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고, 이것이 그대로 국민의 희망과 활기로 전이되리라 믿는다.
특히 북괴가 전쟁을 도발해봤자『이미 때는 지났다』는 확언과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은 전반적인 국력의 신장에 대한 굳은 자신감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을 크게 고무시킨다.
또 수도권인구분산이나 소작문제 등 여러 문제를 서두르지 말고 우선 관조하는데서 시정에 대한 여유를 접하게 된다.
우리 국민은 평소부터 북괴의 도발 위험이나, 우리가 처해있는 세계사적인 도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진 이런 여유와 자신감은 국민에게 무한한「에너지」를 발생케 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박대통령의『이미 때는 지났다』는 말의 뜻을 북괴의 도발 가능성이 전혀 없어졌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오해일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확고한 대비태세에 대한 자신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북괴가 전쟁을 일으키겠느냐, 아니냐를 절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의미도 없을 뿐더러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전쟁이란 항상 상대적인 것이어서 주관적이나마 승산이 설 때라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리라고 만심해 대비를 게을리 하면 오히려 이를 재촉하는 결과가 되고, 반대로 위험이 있다는 전제하에 대비를 튼튼히 하면 자연히 이를 막는 것이 된다.
북괴의 전쟁준비나 내부사정으로 보아서는 전쟁도발 위험은 상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괴는 60년대이래 인민의 고혈을 쏟게하다시피하여 전쟁준비를 해왔다.
그러한 막대한 준비가 이제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되리란 초조감이 커가고 있다. 더우기 경제사정의 악화, 후계 문제 등을 둘러싼 권력구조내의 암투, 주민의 불만고조 등은 그 돌파구를 외부에서 찾으려는 유혹을 크게 할지도 모를 요인들이다.
따라서 북괴의 위험성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불변으로 보고 꾸준히 우리의 대비태세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두려움도 만심도 모두 금물이다. 오직 박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우리가 단결해서 튼튼한 대비태세를 갖출 때에만 스스로 자신을 가져도 좋은 것이다.
이번 회견의 또 한가지 두드러지는 큰 줄거리로는 정치의 진로와 정책의 방향에 대한 장기적 방향을 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여야의 바람직한 자세, 남북문제, 인구문제, 농지제도 등에 관한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에 대한 박대통령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유신체제의 심화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만이 능률의 극대화와 국력의 조직화를 이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토록 대통령의 신념이 뚜렷이 표명됐기 때문에 현행 선거제도를 고치겠다는 생각이나 극적이고 떠들썩한 정치에 대한 더 이상의 미련은 이제 설 땅이 없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것은 78·79년 총선거 이후를 시사한 것으로, 정치를 보는 정치인과 국민들의 감각을 다시 한번 계몽하려는 뜻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야당의 육성은 야당 스스로가 해야할 일로 못박고, 탈선여당의원을 재공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시사는 정치의 중·장기전망과 관련, 많은 함축이 포함된 대목이다.
또 박대통령은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신기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북한이 대화에 응해 올 때까지 기다리겠으며,「유엔」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표대결 보다는 당사자간 해결이 진정한 문제해결의 방법이란 기본입장을 천명했다. 우리가 가장 합리적이며 현실적이라고 믿는 방안을 의연하게 견지하겠다는 뜻이다.
원래 공산측과의 협상에서는 새로운 방안의 제시나 양보가 결코 타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입장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따라서 조바심 없이 의연하게 기본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손해보지 않는 첩경이다.
그렇다고 당면문제에 대처하는 탄력성이 무시되어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박대통령의 회견을 보면, 예컨대「유엔」대책의 경우, 표대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공산측이 표대결을 시도한다면 이에 탄력성 있게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 되어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것은 비단「유엔」대책에서 뿐이 아니다.
북괴의 도발에 대비한 방위산업부문에서도 78년이면 기본사업이 마무리될 정도로 이미 대비가 진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 경륜과 당면과제에 대한 치밀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조화된 데서 비로소 여유와 자신이 축적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보여준 여유와 자신감이 우리사회와 국민생활 전반에서 진정한 진보가 이룩되리란 자신감과 여유로 확산해 나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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