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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리어왕』… 읽느냐 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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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호 17면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햄릿』『리어왕』에서 『한여름밤의 꿈』에 이르기까지 숱한 걸작을 빚어낸 이 ‘언어의 마술사’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끝이 없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 들썩이는 지구촌

“자연의 빛을 따르는 단 한 명의 셰익스피어가 아리스토텔레스들로 가득 찬 행성들만큼의 가치가 있다.”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의 작가이자 영국 정치가)

“인도 제국과 셰익스피어 중 어느 걸 포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우리 영국인은 셰익스피어 없인 못 산다는 것이다.” (토머스 칼라일, 영국 평론가: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로 국내에선 잘못 알려져 있다)

올해 그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영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셰익스피어 붐이 일고 있다. 게다가 2년 후인 2016년은 사망 400주년이어서 앞으로 3년간 그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단어와 인간형 창조 … 학문이 된 셰익스피어
영어권 내 최고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단순한 극작가가 아니다. 그의 위대함은 문학에서 그치지 않는다. 빼어난 언어 구사력을 통해 영어를 어느 말보다 풍요롭고 향기롭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에서 태어나 이젠 관용어로 굳어진 단어와 표현만도 수천 개에 이른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2만 단어 중 2000여 개는 새롭게 창조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길(road)’ ‘외로운(lonely)’ ‘서두르다(hurry)’ 등 지금은 기본 단어로 쓰이는 말도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신조어였다.

이뿐 아니다. 그의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들의 성격 등은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햄릿형 인간’이 대표적인 예다. 그의 연극을 심리 치료의 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와 그의 작품을 연구하는 ‘셰익스피어학’이 학문으로까지 번성하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작용한다.

왕립 극단, 다양한 공연 … 세계 각국에서도 기념 행사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우선 그의 희곡을 전문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Royal Shakespeare Company, 이하 RSC)’은 특별공연을 준비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본(Stratford-Upon-Avon)에 있는 전용극장을 비롯, 런던의 바비칸센터, 뉴캐슬의 왕립극장 등에서 ‘베로나의 두 신사’ ‘헨리 4세’ 1·2부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RSC가 진행하는 특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016년 열리는 ‘드림 16 (Dream 16)’이다. 타계 400주년에 맞춰 영국 전역을 돌며 그의 대표적인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각 지역 아마추어 극단들과 손잡고 합동공연을 한다.

꼭 영국에 가야 RSC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 덕분에 세계 각국의 영화관에서도 실황으로 중계되는 RSC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2013년 말 현재 중계가 예정된 나라는 42개 영화관이 잡힌 미국을 비롯, 호주·캐나다·독일·아일랜드·몰타·러시아·스웨덴 등 8개국이다.

셰익스피어의 생일인 4월 23일이 되면 그가 태어난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본에서는 200년 전부터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가두행렬이 예정돼 있다. 도시 중심부에서 시작되는 이 가두행렬에는 중세시대의 복장을 한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여해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런던 템스강 남쪽 강변엔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17세기 초반의 극장을 그대로 재현한 셰익스피어 글로브(Shakespeare’s Globe)가 우뚝 서 있다. 너무 호사스럽다는 이유로 청교도들의 압력에 의해 1644년 헐렸던 극장을 350여 년 만인 1997년 옛 모습 그대로 재건했다. 이 극장에선 생일 이틀 전인 4월 21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한다. 17세기 풍으로 지어진 내부 구석구석과 함께 극장 내에 마련된 셰익스피어 전시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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