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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뺑소니 운전사가 아니다|벗겨진 누명 7개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목격자의 그릇된 신고로 뱅소니운전사로 몰렸던 피의자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형사지법 합의8부 (재판장 심동술부장판사)는 20일 행인을 치고 달아났다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징역3년을 구형 받았던 김완수피고인(37· 서울서대문구불광2동163의11)에게 『조사결과 사고차의 운전사가 아님이 분명하다』고 무죄를 선고, 석방했다.
뺑소니운전사란 올가미를 쓰고 7개월 동안 구치소 안팎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김피고인은 판결직 후 누명을 벗었다는. 기쁨에 앞서 『시민의 경솔한 고발정신이 다시는 나와 같은 희생자를 내지 말아야할 것』이라면서 고발에만 근거한 수사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서울1나2837흐 자가용 「피아트」 운전사인 김씨는 작년 l2월23일 하오·6시40분쯤 서대문구연희동344 앞길에서 행인 윤영옥씨 (28·여) 를 치어 전치6주의 상처를 입히고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 됐었다.
당일 김씨는 차주 김춘재씨 (27·서울중구봉래동1가42)를 태우고 사고지점을 1차선으로 통과하던 중 2차선으로 달려온 번호미상의 검은색「코티나」승용자가 윤씨를 치고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
사고 순간 멈칫해 차를 세운 김씨는 약 50m앞의 뻥소니차를 추적하려 했으나 때 마침 뒤따라 오던「베이지」색 「코로나· 택시」가 재빨리 사고 차를 쫓고 있는데다 차주의 집이 연희동이어서 추적을 그만 두었다는 것.
그러나 사고차랑의『삑』하는 급정거 소리를 듣고 달려나온 인근 중국음식점 (태원) 종업원 임모군(18)이 마침 그 앞에 서있는 김씨의 차를 보고 사고차라고 단정, 차번호를 적어 연희파출소에 뼁소니 신고를 함으로써 김씨의 수난은 시작되었다.
임군의 차번호·차종에 대한 신고가 정확했고 사고순간 김씨가 그 지점을 통과한 때문에 자신의 결백함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영락없는 뺑소니 운전사가 되어 구속됐다.
함께 탔던 차주 김씨가 극구 김피고인의 무사고를 주장했지만 이것은 유리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김씨가 결백을 입증하는 길은 사고 당일 뼁소니차를 추적했던「베이지」색 「코로나·택시」의 운전사를 찾아내는 것 뿐.
운전사 김씨가 구속되자 차주 김씨는 궁리 끝에 금년 1월9일자 신문에 『뺑소니차 목격자를 찾습니다.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을 위해 나타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는 광고를 5단크기로 냈다.
광고를 내도 아무 연락이 없어 실의에 빠진 김씨에게 26일이 지나서『내가 목격자』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1사7494호 「베이지」색「크로나·택시」운전사 최룡규씨 (42)있다. 최씨는 2월4일 집 부근 이밭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묵은 신문을 뒤걱거리던 중 김씨의 광 고를 발견, 연락했던 것. 최씨는 사고당일 군인2명을 태우고 가던 중 사고를 목격하고 뺑소니차를 1km나 추적했으나 뻥소니 차가 후미 등을 끄고 전속력으로 달렸기 때문애 검은색 「코티나」란 것만 확인했고 차를 놓치고 말았다는 것. 뱅소니차를 놓친 최씨는 손님을 수색에 내려준 뒤 신고하려했으나 번호를 확인하지 못한데다 마침 「크리스머스·이브」전날이라 일에 쫓겨 뼁소니 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것. 같은 운전사로서 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최씨는 승객인 군인들의 부대에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일 손님 조성열중위(23)와 손성덕상병(21)을 찾아냈다.
이들의 증언이 모두『사고 차는 검은색 코티나 』라는데 일치하고 사고순간의 정황이 들어맞아 진짜 뺑소니 운전사는 찾아내지 못했으나 김씨는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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