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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봐야 할 정도 충격" … 안철수 6시간 반 두문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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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오후 4시 기자회견 전까지 6시간30분 동안 국회 2층 당대표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기초선거 무공천 당원투표·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오전 9시30분에 발표됐다. ‘공천을 해야 한다’였다. 안 대표는 발표 직후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실로 향했다. 얼굴은 긴장한 듯 상기돼 있었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수십 명의 기자들이 대표실을 에워싸고 입장발표를 기다렸지만 그는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식사도 도시락을 배달시켜 해결했다. 한 측근은 “안 대표는 결과가 공천하는 걸로 나올 줄 몰랐던 것 같다.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병원에 가봐야 할 정도로 충격이 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안 대표가 장고하는 동안 “거취 문제를 고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돌았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대표직 사퇴’, 이런 말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안 대표가 충격을 가라앉히는 사이 무공천 철회를 요구해 온 친노 성향 인사들은 이번 결과를 반겼다.

 애초 무공천 방침에 대한 의견을 당원에게 묻자고 했던 문재인 의원은 성명을 내고 “돌고 돌아 왔지만 이 길이 국민들 여론이고 당원들 여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나 역시 두 분(안철수·김한길)을 도와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어려운 곳을 돌며 선거 승리의 작은 밀알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당으로 “잘했다”는 뜻을 전해왔다. 옛 민주당 출신 당직자는 “정당주의자인 이 여사도 그동안 무공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경태 최고위원은 무공천이 번복된 데 대해 “새정치라는 간판을 떼낼 수밖에 없는 위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똑같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당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새누리당을 공격할 게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을 속이는 아주 나쁜 정당이 됐다. 결국 기초선거 공천제를 폐지하라고 농성한 게 다 쇼 아니었느냐”고 했다.

 ‘안철수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란 현수막을 준비했던 당 홍보위원회 인사들은 “이제 다 폐기해야겠다”며 씁쓸해했다. “선거를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기초선거에 출마하려던 새정치연합 출신 인사들 사이에선 ‘민주당 출신 후보들의 텃세 사이에서 우리가 공천을 받을 수 있겠느냐’란 우려가 나왔다. 한 인사는 “이제 안철수식 새정치에 지쳤다. 짐을 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공세에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이 돌고 돌아 공천으로 돌아왔다. (안 대표는) 국민의 뜻과 다른 것을 절대 선인 양 아집을 부려왔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대표가) 공천할지 말지를 결정하면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는데, 공천하기로 했으니 정계은퇴를 하는 게 맞다”고 공격했다. “안 대표가 V3를 만들어 바이러스 잡겠다고 했는데, 정작 본인은 말 바꾸기로 약속 위반 바이러스 만들었으니 이제 그만 다운될 시간”이라고도 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 역시 “새정치연합의 존재이유가 사라졌다”며 아예 당 해체를 요구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무공천 철회는) 당내 노선 투쟁의 결과”라며 “안 대표는 친노 세력을 잡으려고 무공천을 강행했고, 친노 세력은 안 대표를 흔들기 위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소아·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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