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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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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마=박중희 특파원】『나는 신과 대화할 땐「스페인」어로, 말(마)과는 독일어로, 그리고 여자와 얘기할 땐「이탈리아」어로 한다.』한 4백년 전 옛날, 「유럽」의 어느 황제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정은 벌써 그 때부터 그랬나보다. 지금도 「이탈리아」말을 쓰는 「이탈리아」남자들은 여성들을 뇌쇄시키는 부인 후려차기의 명수들이다.
낮선 여자와의 관계에서 보통 남자들이 신경을 쓰는 일이 있으면 그건 『과연 내가 그 여자에게 매력이 있어 보일는지』라는 의심 때문인 게 흔하다.
그러나 「이탈리아」남자의 경우는 거꾸로다. 그에게 고통이 있으면 그건 『도대체 내가 어쩌면 남자로서 이렇게도 완전할까』라는 데서 비롯한다.
그래 저쪽의 반응이 긍정적이 아니면 세상에 참으로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한다. 그건 10대의 식당심부름꾼이건 60대의 은행중역이건 마찬가지다. 자기자신에 대해 그렇게 감탄을 해놓고 대하는 판이라 그들이 여성들 앞에서 발휘하는 자신과 용기는 가히 경탄을 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는게 딴 「유럽」사람들이 「이탈리아」남자들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러나 그건 소금을 좀 치고 들어야한다. 거기엔 『그러나 여자를 빼놓곤「이탈리아」남자란 조금도 용기도 없다』라는 좀 깔보고 덤비는 여운도 담겼다.
예를 들어 그들이 흔히 하는 농담에 이런 게 있다. 『세계에서 제일 얇은 책은 무엇인가.』 대답은 『「스위스」(해군이 없는 나라) 해전사』 『「브레즈네프」의 언론자유론』따위로 나가다가 「이탈리아」현대 용장전』이라는 것도 낀다.
「이탈리아」남자들을 깔보는 것이라면 좀 지나친 농담이다.
거기엔 「이탈리아」사람 앞에선 남성으로서 약간의 열등감마저도 느끼는 「유럽」남자들의 동물적인 시기라는 것도 한몫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글쎄, 「로마」시대의 「시저」, 바다를 무작정 건너가 미국 땅을 발견한 「콜룸부스」등의 국제적인 유명인은 덮어두자. 아니, 바다 위에 떡 하니 도시를 세워놓지 않나. 「피사」탑이 기울어져도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다고 우기며 버티질 않나….
그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용기냐.
삼복더위 뙤약볕이 심해지니까 「호텔」에서도 일반가정에서도 창문에 덧문을 겹쳐 달아 잠근다. 태양도 너무 더우니까 들어오지 말고 나가 있어 달라는 것이다. 자연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닫아걸어 버리려는 건 따져보면 배짱 치고 어지간한 배짱이다.
하긴 그런 용기나 배짱이란 서양이면 또는 현대라는 세월 속에선 대소간 어디서건 찾아 볼 수 있는 일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서양이나 인간의 현대라는 것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의 천재들이고 그들의 본적을 따진다면 그건 바로 「이탈리아」가 아니냐하는 게 「이탈리아」사람들이 은근히들 지니는 자긍 이기도 하다. 그게 하필이면 여자에게만 발휘되는 자신은 아닐 것이다. 「이탈리아」가 흔한 말로 여러 가지 위기를 안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라는 게 있으면 그건 자신이나 용기가 모자라서기보단 오히려 「이탈리아」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는 교만이라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제멋대로 생각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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