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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먹자'는 이제 그만 … 건전한 대학 문화 '우리 손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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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호서대 전자공학부 학생들이 지난 5일 MT 때 충남 태안군 고남면 가로수길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호서대(총장 강일구) 전자공학과 학생 200여 명은 MT 기간인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나무 심기를 했다. 연예인 초대 공연 같은 놀이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실속과 보람을 추구하는 MT를 진행한 것이다. 얼차려·폭력·음주 폐해로 인해 MT 참여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진행된 호서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의 ‘식목 MT’는 건전한 대학 MT 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김주원 호서대 전자공학과 학생회장은 이번 MT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최근 MT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프로그램을 음주·놀이 위주로 짜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생회 임원들과 수 차례 논의해도 마땅한 대책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MT 기간과 식목일이 겹친다는 것을 알고 임원들에게 ‘식목행사’를 제안했다. 단순히 나무 심기만 하면 흥미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MT에 참가한 학생들은 식목행사에 크게 만족했고, 학교 측은 건전한 MT를 진행했다며 호평했다. 김 회장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며 나 역시 매번 지나쳤던 식목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전하고 의미 있는 학과 행사를 많이 추진해 대학문화 선진화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 호서대 전자공학과 2학년 안상욱군은 다소 실망스러운 기분으로 이번 MT에 참가했다. 지난해 MT에선 선배들과 술잔을 주고 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진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올해는 ‘금주 MT’라는 소식을 듣고 학과생들끼리 친목을 다질 자리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삽질을 해야 한다는 얘기에 불안감까지 들었다. 그러나 MT를 다녀온 뒤 안군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올해 MT가 지난해보다 훨씬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각종 게임 형식으로 나무를 심으니 힘들기는커녕 즐거웠다. 함께 구슬땀을 흘린 선후배·동기들과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안군은 “신나게 노는 MT를 기대했는데 갑자기 나무를 심는다고 하니 처음엔 어이없었다”며 “하지만 나무를 심으며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서대 전자공학부 학생들이 MT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호서대 전자공학과 재학생들은 충남 태안군 고남면 가로수길에서 사흘간 식목행사를 했다. 여러 팀으로 나눠 릴레이 나무심기 청백전, 복불복 나무심기(묘종삽·야전삽·호미 같은 장비 중 선택) 등 마치 게임을 하듯 행사가 진행돼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학생들의 건전한 MT에 지역 주민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호서대 이미지 제고에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서대 관계자는 “대학가 MT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종종 발생해 걱정했는데 전자공학과 학생들이 스스로 바람직한 MT 문화를 만들어 줘 기특하다”며 “이번 사례가 대학 MT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가죽나무 한 그루는 1년 동안 이산화탄소 2842g, 아황산가스 50.3g, 이산화질소 13.2g을 흡수한다. 숲 1ha는 성인 50여 명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낸다. 또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09조원을 넘어 국민에게 1인당 216만원 정도의 산림복지 혜택이 돌아간다. 호서대 전자공학과의 나무 심기 MT가 더욱 뜻 깊고 의미 있는 이유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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