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미에 실존인물「모델」소설「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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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미국에서는 실제 인물을「모델」로 한「모델소설」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회「섹스·스캔들」의 주인공「웨인·헤이즈」의원을「모델」로 한「엘리자베드·레이」양의『「워싱턴」의 특별급여』, 「재클린·오나시스」를「모델」로 한「재클린·수전」의『플로레스』, 남편을 죽이고 자살한 어떤 여인을「모델」로 한「트루먼·캐프트」의『만족한 지도자』, 「키신저」를「모델」로 한 전「닉슨」대통령보좌관「존·엘리크먼」의『회사』등이 모두 그러한 범주에 드는 작품들이다.
「프랑스」어의「로망·아·클레」(Roman a clef)로 일컬어지는 이 같은「모델」소설은 물론 최근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소설「장르」는 아니다. 「새뮤얼·리처드슨」의『클라리사』(1748)에서는「화톤」공작이 흉악한 색마로 등장하고 있으며「데포」의『로빈슨·크루소』(1719)는「알렉산더·셀커크」의 무인도 여행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풍자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들에게 이 같은「모델」소설의 기법은 적이나「라이벌」혹은 믿지 못할 연인에 대한 복수의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어니스트·헤밍웨이」의『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가 그렇고「올더스·헉슬리」『연애 대위법』은「D·H·로렌스」를 형편없는 괴짜로 그리고 있다. 이것은 정치적인 보복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물론 이들「모델」소설들이「모델」의 인물묘사만 강조하고 소설본래의 기능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설가가 쓴「모델」소설은「픽션」에서의 상상력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는데「트루먼·캐프트」의『만족한 지도자』가 그렇다.
이 작품에는 남편을 죽인「앤·홉킨즈」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이「에스콰이어」지에 발표되기 직전 55년「스프츠맨」이었던 남편을 죽인「앤·우드워드」라는 여인이 자살했다. 그녀의 친구들은「캐프트」의 이 소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난했지만 이 작품은 소설로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소설가가 쓴 것이 아니더라도「모델」소설은 널리 읽히게 마련이다. 그 소설의「모델」은 이미 사회적인「스포틀라이트」를 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령「웨인·헤이즈」라는 인물이 없었던들「레이」의『「워싱턴」의 특별급여』는 어떤 독자가 읽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는 얼마 전 죽은 여배우「재클린·수전」의 유작소설『돌로레스』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는 사살된 미국대통령의 미망인으로 돈 때문에 세계제일의 거부와 결혼하는「돌로레스·라이언」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한다. 누가 보거나「재클린·오나시스」의 이야기지만 이것이「재클린」을「모델」로 한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없는 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쨌든 70년대 중반은「모델」소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 작품이 판치고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이 시대가「모델」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에게나, 「모델」소설의 작가에게나, 또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나 똑같이 좋지 못한 시대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로망·아·클레」는 70년대를 장악하는「베스트셀러」소설의 형태가 될 뿐 아니라 아마도 역사 속에 전해질 겉만 번지르르한 이 시대의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다. <미 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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