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하느님께 전부를 바친 수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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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수련을 통해 인격 향상을 꾀한다. 인격은 도덕적인 균형 위에서 덕의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원만한 품성을 갖는다. 현대인은 기능과 요령위주의 생활태도에만 익숙해 모든 가치의 기준도 이런데에서 찾으려 한다. 따라서 각고의 노력이나 성실·근면의 보람을 믿기보다는 안이하고 간편한 생활을 추구하거나 규범에서 벗어나 방종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사의의 어느 깊은 곳에서는 침묵의 수련과 명상을 통해 참된 자기를 발견하고, 참된 삶의 자세와 이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 그들의 일상에서 우리도 교훈을 얻어보자. <편집자>
서울 도봉구 미아동에 자리잡은 성「바오로」여자수도회. 가난과 동정과 순명의 덕을 지키며 일생을 송두리째「그리스도」의 뜻을 전하는 데에 바치는 여자수도자들의 집.
회색의 수도복에 싸인 수녀들의 일손이 조용한 가운데 바쁘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여자수도회는 모두 36회.
성체회·성심 수녀회·「마리아」수녀회·동정 성모회·「메리놀」수녀원·거룩한 말씀의 시녀회·「샬트르」성「바오르」수도회·「올리베타노」성「베네딕도」수녀회 등.
이들은 창설된 내력과 매일 매일의 생활규칙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하나님의 뜻을 전한다는 데 있어서는 다름이 없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생활하는 이들. 이들이 일반인들보다도 한층 밝고 힘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1960년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바오로」수녀회는 성「바오로」출판사와 서울 명동에「바오로」서원을 운영하고 있다.
성가를 현대적인「리듬」으로 편곡한「레코드·테이프」도 만들어 내고 있다. 『수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와 묵상이지요. 저희는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6시부터 한 시간동안 기도와 미사와 묵상을 바칩니다.』 성「바오로」수녀회의 원장 표「데클라」수녀의 말이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과 신비에 가득 찬 신의 뜻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외부 인이 얼른 생각하기에「생활의 부재」처럼 느껴지는 수도원은 그러나 어느 곳보다도 활기에 차 있었다. 『우리가 타고난 개인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해서 이웃을 돕기 위한 것』이 수도의 참뜻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뜻에 자신을 바치는 것은 전혀 자유로운 결정에 의한 적극적인 선택입니다.』 「이탈리아」인인 수련장「사라」수녀의 설명이다.
처음 수도생활을 하고자 수녀원에 입회한 사람은 1∼2년간의 청원기를 거친다. 수도생활이 어떠한가 실제로 체험해 보는 기간이다. 이 때는 준 수도복을 입거나 평복을 입을 수도 있다.
다음의 1∼2년은 수련기. 비로소 착복을 하게 되며 수도자로서 영적·직무적으로 본격적인 도야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5∼7년 동안 수도자는 매년 유기서원을 하게 된다. 하나님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잠정적인 시험과 약속을 거친 뒤 비로소 영원히 자신을 바치겠다는 종신서원을 할 수 있다. 「바오르」수녀 회에는 50여명의 수도자 중 14명이 종신서원을 했다고 했다.
자신의 물질적인 부와 결혼생활을 버린 이들은『그러나 주님은 백배의 보답을 해주셨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주어진 생활에 즐겁게 적용하며 보다 먼 날을 위해 기도하는 자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을 인간에게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울 수유동과 부산동래·대구 대명동에 수도원을 두고 있는「갈멜」수도회는 규율이 엄하기로 유명한 곳.
최근에는 많이 개방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부의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함께 음식을 먹는 것도 금지돼 있었다.
한편 성심학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성심 수녀회는「메리눌」수녀원과 함께 가장 개방적인 수도회 중의 하나. 이곳의 수녀들은 회색, 혹은 검은색의 수도복이 아니라 평복을 입고 있다. 생활하고 있는 수녀관도 석조의 중세식 건물이 아니라 성심여고 옆의 허술한 왜식집. 2층의 서너평 남짓한「다다미」방이 이들의 기도실이다.
물질이나 가족의 사랑이나 다른 지상적인 것에 매이지 않고 오직 이웃을 도와「그리스도」의 뜻을 전하는 것이 바로 가난과 동정과 순명의 것이라고.
성심학원 외에도 가난과 어린이들을 위한「펜·케이스·스쿨」, 어른들을 위한 사랑의 학교도 이 수녀회에선 운영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다루어라」. 이것이 우리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전부입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터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장 김재숙 수녀는 티없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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