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과 수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느덧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충청·경기지방은 계속된 심한 가뭄으로 아직도 한해 대책 비상 조치령이 해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미 전국이 장마 권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계절풍지대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우량 1천1백59㎜의 약70%인 9백㎜정도가 여름 한철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물난리를 빗는 것이 연례 행사처럼 돼있다.
여름비는 흔히 거센 바람과 세찬 호우를 동반한 폭풍우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풍수해를 몰고 오기가 일쑤인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매년 이로 인해 겪는 참변은 처참할 뿐더러 그 피해액도 오히려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71년부터 75년까지의 5년 동안에 자그마치 연평균 1백87억원의 재산손실과 2백18명의 귀중한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거의 해마다 장마철 물난리를 겪고 있는데도 효과적인 예방대책을 세우지 못해 눈뜨고서 큰 피해를 보는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으례 큰 물난리가 날것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떠들썩한 수해대책 비상령이나 발표했다가 이 시기가 지나면 또 다시 흐지부지 되고 마는 수방 대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같은 재난이라도 불의의 교통사고 등과는 달리 수해빈발지역이나 위험 내지 취약지구는 미리 짐작 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점검과 대비만 철저히 하고 있으면 그렇게 두려울 것이 없다.
실상 오늘날에 있어 풍수해란 인력으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이기보다 어리석고 게으른 인간으로 말미암은 인재일 경우가 더 많다 할 것이며, 그러기에 인간의 슬기로운 노력으로 얼마든지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음을 깊이 명심하고 올해부터는 더욱 적극적인 수해대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올해에도 수해예방대책을 이미 시·도에 시달, 수해예방 및 구호대책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각 행정기관은 지금부터라도 주민의 협력을 얻어 손질해야 할 위험축대·도로·교량·제방들을 점검하고 침수와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취약지구에 대한 긴급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겠다.
경찰과 관계공무원은 우선 위험시설물과 도괴의 우려가 있는 건물 등을 정밀 조사하여 그 1차적인 관리책임자에게 개·보수를 명령하고 그 결과를 확인토록 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 같은 개수계고나 안전지시를 다만 피동적으로 기다리고 있거나 마지못해 응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좀더 능동적으로 이에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1차적으로는 당연히 소유자나 관리자가 책임지고 해야하나 그들의 힘이 부칠 경우에는 당국이 응급지원대책을 세워 큰 재해를 미리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 해야만 옳다.
그밖에도 풍수해 예보체제를 강화하고 통신망 조직을 정비할 것과 하천 등의 유수 소통에 지장을 주는 시설을 철거하며 수문 개폐 점검을 철저히 하고 가마니·말뚝 등 수방 자재를 충분히 비축해 두는 것은 당국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